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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세상

이태원 참사와 '유유상종 (類類相從)'

희망연속 2022. 12. 2. 13:31

 

예로부터 인간은 가족이나 주변에서 슬픈 일, 안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경사(慶事)보다는 애사(哀事), 특히 상사(喪事)에는 다른 일에 앞서 꼭 직접 찾아 뵙고 조문을 드리는게 예의로 알고 있습니다.

 

옛날 왕들은 나라에 역병이 돌아 백성이 많이 죽거나, 가뭄이 심하게 들어 고난을 겪게 되면 누구보다 앞서 백성에 사과하고 왕이 직접 나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랬죠.

 

사실 왕이 그렇게 하는데는 나라의 길흉화복이 전부 왕 책임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과 도리에서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떨까요.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변해서 종잡을 수 조차 없게 되버렸습니다.

 

평범한 골목에서 무려 158명의 소중한 목숨이 스러져 간 이태원 참사 사건을 두고 보여준 그들의 추태는 차마 눈 뜨고는 못 봐줄 형편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더 지났는데도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 1명도 없습니다.

 

사과는 커녕  "집에서 TV나 볼 것이지 거기는 왜 가서 죽었냐?" 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그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역겨움을 떠나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몇년 전 세월호 참사 때를 기억해 보니 당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무려 50일이 넘도록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희생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사고수습을 하는 등 공직자로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그러기에 나중에 유가족들은 오히려 주무 장관인 그를 문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이번 집권여당은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보다도 훨씬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경찰만 조금 더 배치했어도 일어날래야 일어 날 수 없었으니까요.

 

경찰은 왜 배치가 안된거죠?

 

시위대, 대통령 경호에 정신 팔려서 그랬잖습니까.

 

경찰이 더 필요해서 기동대 증원을 요청했는데도 경찰 지휘부는 묵살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경찰의 책임이죠.

 

도의적으로라도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마땅하죠. 그런데 다들 배째라식입니다.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이고 국민이 안심할 때 까지 끝까지 챙기겠다는 말을 불과 몇개월 전에 해놓고 막상 참사가 발생하니 안면몰수한 대통령을 필두로 해서,

 

외신기자들 불러 놓고 실실 농담이나 하는 국무총리

 

경찰을 더 배치해도 어차피 일어났을 사고이고, 단순한 현상에 불과하다는 행정안전부 장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내가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는 용산구청장

 

참사가 아니라 단순한 사고이니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집권여당

 

기자들이 질문하면 다 소화를 해야 하나며 오히려 역정을 낸 재난안전관리부장

 

국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질문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웃기고 있네라고 조롱한 홍보비서관

 

그 곳에 간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논조로 사태무마에 앞장 선 보수언론 등등

 

한마디로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라는거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이 배째라식이니 아랫사람들도 덩달아서 그런 것인지, 거기 한자리씩 꿰차고 있는 사람들이 원래 다 그런 류의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하는 태도를 보면 완전 빼박입니다.

 

뭐, 원래부터 그런 인간들이겠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단어 하나가 제 머리 한켠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같은 무리끼리 함께 다닌다, 서로 떼를 지어 다닌다는 뜻이죠.

 

'끼리 끼리', '초록은 동색'이란 말도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에도 똑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이태원 참사 이후 보여준 정부여당 및 일부 보수언론 등의 낯뜨거운 태도는 바로 유유상종 그 자체입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나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죠.

 

주변에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같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좋은 친구 사귀라고 잔소리 하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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