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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다. '보릿고개'의 가수 진성

희망연속 2022. 11. 29. 16:49

연말이 다가오는 관계로 송년회 모임에 자주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동안 코로나 땜시 모임이나 회식이 금지됐던게 풀린 영향도 있죠.
 
엊그제 직장 퇴직동기 모임에 갔는데 옛날 어려웠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화제로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그 중에 어떤 친구가 보릿고개 얘기를 하더군요.
 
보릿고개는 원래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보통 춘궁기(春窮期)라고도 하죠.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 고구마로 끼니를 잇고는 했는데 고구마 마저도 넉넉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다들 보릿고개는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진성이란 가수가 부른 노래 보릿고개를 혹시 아느냐?
 
그 어떤 소설가나 시인, 가수도 진성의 보릿고개란 노래보다 뛰어난게 없더란 말을 하면서 가수 진성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더라구요.
 
진성? 보릿고개?
 
어디선가 들어 보기는 한거 같은데 자세한건 잘 모르겠어서 잠자코 듣기만 하다가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찾아 봤습니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갯길
주린 배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아야 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갯길
주린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통곡이었소
 

 

TV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진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보릿고개 노랫말을 가수 진성이 직접 작사했다는군요.
 
진성의 어린 시절이 그만큼 어려웠고, 그래서 보릿고개 노랫말이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TV 미스터 트롯에서 정동원이 보릿고개를 부르는 중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진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흐흠, 저러기는 쉽지 않은 모습인데.........
 
시골에서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은 이혼으로 가출을 해버려서 친척들 집에서 자란 진성은 호적이 없었던 탓에 11살이 돼서야 국민학교에 들어 갔고, 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서울로 올라와 먹고 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했던 탓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유랑극단의 가수여서 그 피를 이어받았는지 창(唱)에 소질이 있던 진성은 여기저기 삼류 극단을 따라 다니며 가수의 꿈을 키웠으나 성공하지 못해 좌절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고향의 아버지 묘소를 찾아가 신세 한탄을 하는 중에 머릿속에 가사가 떠올라 '태클을 걸지마'란 노랫가사도 직접 썼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안동역에서'란 노래가 크게 히트하면서 마침내 성공의 길로 들어 서게 됐답니다. 
 
그의 노래를 수십번 들어 보고, 유튜브에서 영상도 많이 찾아 봤는데요,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가수'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독한 어린 시절을 거치며 그래도 자기가 잘하는 노래로 성공하기 위해 가수의 꿈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룬 것이죠.
 
나이 50에 이르러서야 결혼을 했고,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2세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얘 낳는 것도 포기했다고 하니 안쓰럽기 한량 없습니다.
 
더욱이 이제 막 성공했다 싶으니 혈액 림프선 암이란 병에 걸렸고,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약간 어눌한 듯한 면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더군요.
 
 

 
제가 가요나 영화 이런 연예 분야에 무지한 탓에 진성이란 가수를 몰랐던게 많이 아쉽지만 그에 대해 알고 나니 제 자신도 어려웠던 옛날이 떠올라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다들 어려웠죠. 어렵기는 매 한가지였는데 그에 굴하지 않고 극복해 가는 과정은 서로 달랐고, 고난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의 차이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차이를 만들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진성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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