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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안과 밖

태종 이방원은 재평가 돼야

희망연속 2022. 5. 15. 13:33

 

KBS가 모처럼만에 내 놓은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이 5월 1일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왜 또 이방원이지? 그렇게 소재가 없나?

 

아쉬웠습니다. 이방원은 그동안 수십번 영화나 TV에서 다뤘던 소재인데 또.

 

물론 이해는 갑니다. 이방원이란 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시청율에 울고 웃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안전빵이랄 수 있겠지요.

 

그래도 그렇지, 한두번도 아니고.

 

그렇지만 제가 사극을 좋아하는 지라 보기는 봤습니다. 총평을 한다면 '열심히 만든 것은 인정되지만 그저 그렇다.'

 

탤런트들의 열연이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방원 역을 맡은 주상욱도 나름 합격점을 줄만 했고, 물론 용의 눈물의 유동근에는 미치지 못하는 느낌?

 

 

제가 좋아하는 배우 김영철, 뭐 포스가 대단한 배우죠. 태조 역을 김영철만큼 연기할 수 있는 탤런트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정종(이방과) 역을 맡아 열연한 김명수. 

 

김명수 역시 연기파에 속하는데 이번 정종 역할도 아주 잘 해낸 것 같습니다. 

 

 

태종의 처, 원경왕후 역의 박진희.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는데, 역시 베테랑답게 원숙한 연기가 일품.

 

아무튼 이외에도 여러 연기자들의 열연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방원 외에 다른 사극을 만드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갑옷 입고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드라마만이 정통 역사 드라마는 아닐 것입니다. 대장금, 상도, 허준, 기황후, 동이 같은 역사 드라마, 얼마나 재미나고 좋습니까. 광개토 태왕도 좋았구요.

 

역사 드라마 힘들게 만들어 방송하는 것은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보다 새로운 소재를 선택해서 만들어 주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태종 이방원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입니다.

 

역사에서는 태종 이방원이가 형제들과 충신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라서 조선 초기 왕권강화의 기반을 세웠고, 그래서 세종이란 걸출한 성군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드라마에서도 그런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영된 태종 이방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저는 이방원이 별로입니다. 그를 과대포장하는 인물들이나 역사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이방원은 한마디로 패륜아 아닙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적과 이복 동생, 일가 친척들을 많이 죽였으며,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 역시 자기에게 세자 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몹쓸 짓을 다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입니다.

 

조강지처요, 왕위에 오르는데 결정적 공을 세운 원경왕후에게 한 짓을 보세요.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훌륭한 인물일까요.

 

그의 자식인 세종이 역사에 남을만한 훌륭한 왕이어서 그의 악행이 가려져 있는 것 같고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는 왕위 찬탈범이요, 정몽주, 정도전 등 충신들을 무자비하게 참살한 역적에, 형제들과 일가 친척들마저 죽게한 패륜아가 맞습니다.

 

이번에 방영한 드라마에서는 그가 좀 더 잔혹하게 그려져 나오기는 합니다. 그가 1차 왕자의 난 때 세자이자 이복 동생인 방석을 죽일 때 방석이가 방원에게 한 말이 기억납니다.

 

"형님의 욕심 아닙니까. 형님은 잔혹한 군주가 될겁니다. 저도 왕이 되면 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실제 방석이가 했다기 보다는 작가의 생각이겠지만요.

 

모든 일이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방원에 대해 500년 조선의 초석을 닦은 왕이라고 찬양만 늘어 놓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방원은 재평가 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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