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와 손님의 소소한 인연 본문

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와 손님의 소소한 인연

희망연속 2022. 9. 21. 12:50

 

 

어제 오후 6시경, 용산 전자상가에서 집 방향 콜이 울려 잡았습니다.

 

손님 있는 곳까지 약 5분 거리였는데 가는 동안에 갑자기 이 손님은 전에 한번 만났던 손님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어 인연이라면 인연이구나 했습니다.

 

손님을 태우고 보니 역시나였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수개월은 족히 지났을겁니다.

 

손님의 체격이 아주 큰편이고, 또 강동구에서 용산 전자상가 사업체까지 출퇴근을 택시로 하는 분이어서 기억에 더 남습니다.

 

저 역시 오후 퇴근 시간쯤에는 시내에서 집 방향 쪽으로 차 머리를 돌리는 것이 제 루틴이기 때문에 아마 우연찮게 타임이 서로 맞은 듯 합니다.

 

현재 출근을 고정적으로 해주는 택시기사가 있는데 다음 달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앞으로 불편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지난번에 탔을 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 부터 그 택시기사분이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손님에게 이야기 했던 것 같군요.

 

저는 시간이 안맞아서 곤란하다고 말씀을 드렸구요.

 

택시는 영업 특성상 손님을 또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어렵다고 봐야죠. 

 

그래서 단골손님이란 단어 자체가 성립되기 곤란합니다.

 

제가 하루에 23명의 손님을 태우고, 1년이면 5,000여명의 손님이 타고 내리는 탓에 손님을 기억한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윗 분 같은 케이스는 아주 특이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물론 기억하는 손님도 있습니다.

 

가령, 이른 아침에 시동을 걸고 나올 즈음에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종합병원이 많이 있어서 병원 가는 손님이 많이 콜을 부르고 택시를 탑니다.

 

특히, 간호사인 듯, 여자손님이 대부분이죠.

 

아침 일정한 시간에 아산병원, 경희대 병원, 보훈병원 등으로 출근하는 손님들을 태우다 보니 어느 정도 낯이 익지만 손님에게 절대 알은 체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이 그렇잖습니까. 묵언수행(默言修行)이 좋습니다.

 

콜이 울리면 제가 애써 외면해 버릴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콜을 수락해도 손님이 취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콜을 수락하면 택시기사 이름과 프로필 사진이 뜨게 되므로 세심한 사람은 기억하겠죠. 그래서 취소하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살면서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그런거다라고 하지만 웃픈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윗 손님처럼 수개월만에 택시로 다시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참 세상이 즐겁다, 묘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