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많이 불합리한 택시요금 체계 본문
금년에는 유난히 가을비가 많이 내리네요. 많은 양도 아니고 주적주적. 가뭄이 아니라면 가을비는 사실 인생에 도움되는 일이 별로 없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택시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손님들이 귀가를 서두르기 때문이겠죠.
마지막 손님 1명만 더 태우고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앞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입니다. 여자 1명과 남자 2명.
당연히 여자분 앞에 차를 댔습니다. 같은 일행인지 파악은 안됐지만 이럴 때 저는 교통약자 측에 항상 차를 멈춥니다.
여자분이 택시에 오르는 순간 남자 2명이 다가와서 자기네들이 먼저 기다렸다며 큰소리로 여자분을 저지하고 택시에 오르는데 골목에서 2명이 튀어나와 함께 탑니다.
말하자면 여자분과 같은 일행이 아니었고, 남자 2명은 골목에 숨어 있다가 여자를 강제로 제끼고 부리나케 택시에 탄 것이죠.
솔직히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여자분 앞에 멈췄는데 우격다짐으로 저렇게 한다면.............하지만 제가 어찌 손을 쓸 새도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4명 다 각개약진해서 세워 달라고 합니다. 한술 더떠서 1명은 아파트 지하 1층까지, 1명은 골목 끝까지, 1명은 아파트 단지 제일 끝쪽.....
솔직히 친절 테스트 하는 것인지, 기분이 몹시 언짢았습니다. 4명 모두 술냄새에, 왁자지껄 영양가 없는 소리, 그렇다고 단 1명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도 안하고.
빗속을 뚫고 4명을 각개약진 떨어 뜨려 줬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라 천만 다행이었죠.
요금은 1만 원이 채 안나왔습니다. 솔직히 한숨만 나오더군요. 이건 인내력 테스트다. 이러면서 택시기사에게 친절을 이야기하면 되나.
4명의 손님이 타서 전부 분산 하차한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극한상황(?)은 처음이었죠.
차를 돌려서 충전소로 향하는 내내 우리나라 택시요금 체계가 참 비현실적,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갈 정도로.
손님이 1명이든 4명이든 요금이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수십 kg의 무거운 짐을 들고 타던, 윗 손님들 처럼 4명이 제각기 따로 하차하던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되는거죠. 참 후진적입니다.
2019년 초 택시요금 인상 시에 택시요금 체계를 선진국처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도로아미타불이 되버렸는데 제 기억으로 인천시에서 손님 숫자에 따라 택시요금을 차등화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택시요금 체계도 대한민국의 위상에 어울리게 조금은 현실적으로 바뀔 때가 됐죠.
유럽에서는 사람 숫자 당 택시요금 받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비행기처럼 짐 무게에 따라 요금을 별도로 받는 곳도 있으며, 가까운 일본은 트렁크 사용료를 별도로 받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단순무식하게 똑같은 요금을 받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다음 택시요금 인상할 때에는 제발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제일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은 손님 숫자에 따른 요금차등 방안입니다. 손님 1명이 타든 4명이 타든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만큼 우선 3명 이상 탈 경우 1~2천 원을 추가로 받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겠죠.
택시기사의 친절을 요구하기 전에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요금체계를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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