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와 팁(Tip) 본문
요즘 비가 심심찮게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운전하기가 영 내키지 않습니다.
그저께 점심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에는 상당량 내렸습니다. 어디 처박혀 쉬기라도 할까 했는데 목표량(?)을 달성하려고 빗속을 뚫고 운행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아파트 지하주차장, 좁은 골목까지 들어 가자고 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비가 오니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가지만 기사 입장에선 피곤한 일입니다. 그래도 그런 내색하면 아마추어죠. 묵묵히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려야 합니다.
한 아주머니 손님을 지하주차장까지 태워 드렸더니 요금 외에 2천 원을 더 주시더군요. 말하자면 팁이죠. 저로서는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금액으로 따지면야 2천 원은 별로일 수 있지만 고맙다는 표현을 그렇게 해주는 손님이 있어 위로가 되더군요.
외국에서는 서비스업종에서 정해진 요금 외에 서비스료(팁)가 추가로 붙는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요금의 10~20% 정도는 얹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팁문화는 일반화 되지 않은 상태고 그저 손님의 재량에 맡겨지고 있습니다.
처음 택시를 몰면서 팁을 받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주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살아 생전에 팁을 받아 보다니. ㅎㅎㅎ
손님이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는 경우를 보면 기사가 생각보다 친절해서, 무거운 짐을 들어 주거나, 운전을 잘해서 등등 고마운 생각이 들었을 때 입니다.
저의 경우, 여태까지 받은 팁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은 1만 원이었고 주로 1~3천 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액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어떤 택시기사는 밤에 운전을 많이 하는데 야간에 타는 손님이 팁을 많이 주는 경향이 있어서라고 말을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야간엔 취객이 많이 타니 술기운에 팁도 후하게 줘서?
그러나 팁 때문에 우스운 일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몇년 전 어떤 남자손님이 짐 좀 들어 주면 팁을 주겠다고 해서 내렸더니 어디 산악회 모임엘 가는지 소주 상자, 안주, 등산 장비 등 한무더기 였습니다. 짐 올릴 때, 짐 내릴 때 낑낑대며 도와 줬더니 나중에 카드를 주면서 3천 원을 더해서 긁으라고 합니다.
순간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금방 괜찮다고 말하고 택시요금만 결제하고는 카드를 돌려줬습니다.
제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바로 카드결제를 하지 않고 짐을 다 내린 후에 카드를 줬다는 사실입니다. 고의성이 다분한 것이죠. 그런 돈 3천 원 받아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 후로 짐을 든 손님을 태울 때 역시 얼굴을 많이 살핍니다. 택시기사는 관상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6년 가까이 택시를 몰면서 받은 팁 중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손님이 있습니다.
명절 아침에 석관동에서 탄 할머니. 2016년 추석으로 기억합니다.
자식들 오라 하기가 미안해서 할머니가 직접 자식네 집으로 명절 쇠러 가신다며 택시에서 내릴 때 카드결제를 하시더니 명절날에도 이른 아침부터 일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천 원짜리 지폐 1장을 손에 쥐어 주시며 커피 한잔 빼 잡수라고 말씀하시던 그 분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윗 남자손님의 3천 원과 할머니가 주신 1천 원, 그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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