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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콜택시 탑승 후 목적지 변경은 처음부터 위법이었다

희망연속 2021. 5. 2. 12:37

 

 

요즘엔 택시를 스마트폰으로 불러서 타는게 대세죠. 특히 카카오 택시는 국민 콜 택시가 되버렸고, 티맵택시, 우버, 온다, 마카롱, 반반택시 등이 있습니다.

 

제가 택시회사에 처음 들어 갔을 때, 그러니까 2015년 6월, 카카오 택시가 막 출시 되어서 홍보를 하고 있었죠. 회사에도 나와 기사들에게 홍보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거꾸로가 되버렸지만. 세상이 그렇게 변했습니다. ㅎㅎㅎ

 

그 당시 카카오 앱을 사용해보니 참 편리하게 잘 만들었다 하는 생각이었죠. 그 때 카카오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제가 참 머리가 안돌아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기사들이 장거리 위주로 콜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목적지가 안보이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랬어야죠.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그렇게 하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니까 카카오에 목적지 보이지 않게 해달라 사정 아닌 사정을 하다가 단칼에 거절당하는 수모까지 겪었죠.

 

한마디로 빙신짓 한겁니다. 처음 나올 때, 허가해 줄 때 바로 잡았어야죠. 나중에 그게 되나요.

 

그런 연유로 손님이 콜을 부를 때 목적지를 장거리로 설정해서 부를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이 역시 당연히 승차거부로 규정해서 못하게 막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승차거부가 아니라며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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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새파랗게 젊은 손님들이 스마트 폰 하나로 목적지 가지고 장난을 치면 백발의 택시기사들은 하염없이 당해야 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병신 짓에 수많은 택시기사의 인권과 명예는 헌신짝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야 했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말이 안되는 행위인데도 국토교통부는 승차거부라고 우겼으니까요.

 

제가 당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침 출근시간대, 비가오면 더욱 택시가 귀해지죠. 화곡동에서 강남가는 콜이 울렸습니다. 화곡동 주택가 높은 지역은 길이 좁고 깊어 택시가 여간해선 다니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러나 장거리 콜이라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20대 초반의 머리에 피도 안마른 여자손님이 타더니 "아저씨, 막히니까 가양역에 내려주세요" 하는게 아닙니까.

 

기가 막혀서 "손님, 일부러 그런거 아닙니까. 바쁜 시간에". 최대한 점잖게 이야기를 했더니 미안합니다. 사정이 급해서 그랬습니다 하면 넘어갈 일을 "바쁘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예요" 하면서 앙칼지게 쏘아 붙이고 가양역까지 어색한 동행을 마치고는 택시문을 거세게 닫고 내립니다.

 

뒤따라가서 따귀라도 때려주고 싶었습니다만, 택시기사 하고 있는 제가 잘못이라는 생각에 그냥 당해야 했죠.

 

한두번이 아닙니다. 물론 어떤 손님은 짐이 많아서, 몸이 불편해서 그랬다.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나이든 손님들이 그렇고 젊은 손님들은 대부분 나 몰라라, 승차거부 아닌데 그까짓걸 가지고 왜그러느냐 식입니다.

 

제가 아는 택시기사는 그렇게 목적지를 변경한 손님과 시비가 붙어 그 손님을 상대로 고발을 했습니다. 변호사와 상담을 하니 계약위반으로 인한 업무방해죄, 고의로 했으면 사기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 이후 결과를 듣지는 못했지만 앱 목적지 변경으로 고초를 겪은 택시기사가 부지기수일겁니다.

 

그런데 이번에(2021년 4월 22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콜 목적지변경을 거부해도 승차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중앙행심위는 "승객이 택시에 승차한 뒤 운송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맞지만 목적지는 모바일 앱으로 예약한 곳으로 봐야 한다"며 서울시의 경고처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택시기사가 모바일 앱을 이용해 예약한 승객이 택시 탑승 뒤 예약 내용과 다른 행선지를 거부할 수 없다면 이를 악용해 장거리 행선지로 예약·탑승해 행선지를 변경하는 시도가 빈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앱 목적지 변경이 승차거부가 아니라고 했던 국토교통부의 지침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한마디로 현장을 전혀 모르고 책상머리에 앉아 결정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요, 기업 봐주기 행정입니다.

 

택시가 국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무조건 택시에 덤터기 씌우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아니라고, 승차거부가 맞다고 우기더니 참 웃기는 짜장이 된거죠.

 

제가 택시기사 하기 전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하는 일에 택시업계는 왜 그리 반대만 하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막상 제가 택시업에 몸담고 보니 사정이 많이 다르더군요.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택시행정 하는 것을 유심히 보면 현실과 괴리된 행정이 너무 많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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