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의 실수 본문
택시 핸들을 잡은 지도 어느덧 6년입니다.
그러면 서울 뒷골목 까지도 눈감고도 찾아 갈 수 있겠네. 주변 사람들로 부터 몇번 들은 적이 있죠.
하지만 서울은 너무 크고 복잡대단한 도시라 길찾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택시짬밥을 수십 년 먹은 기사도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자신있게 운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행을 해도 아차 하면 실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다들 인정할 겁니다.
얼마 전, 콜을 받고 한남동을 가는 여자 손님을 태웠습니다. 어디 아파트 몇동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생소한 아파트라 재빠르게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한남대교를 건넜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서 정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약간 헷갈려서 정문 옆 작은 길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말하자면 앗차하는 순간 아파트 입구를 놓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언덕길로 올라 간 것이죠.
긴가민가했습니다. 목적지가 아파트 단지 끝부분에 있는 관계로 옆길로 가서 후문으로 안내를 하는가보다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올라 가긴 했는데....
불과 100~150m, 그리고 좁은 길 언덕에 아파트로 들어가는 쪽문이 있는 것도 제눈에 보였습니다.
순간, 여자손님의 앙칼진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거에요, 왜 이리 올라 와요? 피곤해서 택시탔는데 진짜 별일을 다 당하네."
제가 죄송하다는 소리를 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내려달라고 하더니 택시 뒷문을 쾅 닫는 소리가 마치 제 뒷통수를 때리는 것처럼 크게 울렸습니다.
하, 이럴 수가.
목적지 몇동 아파트와 출입문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런 좁은 길로 왔냐고 호통 치는 것인지,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택시 문짝에 그렇게 심하게 화풀이하면 그건 좀 심하지 않나.
물론 제가 실수를 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실수는 실수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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