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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가 겪은 코로나 1년

희망연속 2021. 2. 19. 16:42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벌써 1년이라니 세월 참 무심하죠? 맨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금방 없어질 줄 알았더랬죠.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메르스나 사스때 그러했던 것 처럼.

 

오늘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86,128명, 사망자는 1,550명으로 확진자 수 대비 1.8%에 이릅니다. 각국의 사망자 비율이 평균 2.2%인데 그나마 우리나라는 선방하고 있다고 자위를 해도 될까요?

 

코로나로 인해 당연히 모든 국민이 혹독한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 끝나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지만 그나마 백신이 개발되어 곧 접종에 들어간다고 하니 좀 더 참고 견뎌야만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택시기사로서 겪은 지난 1년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하루 수십 명의 손님을 태워야 하는, 말하자면 다중 민원상대 근로자인 택시기사는 손님은 물론 택시기사 또한 코로나 감염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편입니다. 실제 택시에서 감염된 경우도 종종 보도되었구요.

 

그래서 일부 택시기사는 방역 2단계 이상일 때는 아예 영업을 안하고 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오늘도 핸들을 잡고 도로 위를 누비고 있습니다.

 

제가 코로나 이전(2019년)과 코로나 기간(2020년 2월~2021년 1월)동안 운행수입을 비교해 보았더니 코로나 이후 택시수입이 21.5% 줄어 들었습니다. 늘어도 시원찮은 판에 젠장.

 

코로나 초기에는 수입감소에 적응이 되질 않아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고자 운행시간을 1~2시간 늘려서까지 일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악전고투한 셈이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없는 손님이 새롭게 나타나 주는 것도 아니고. 3시간을 빈차로 시내를 달리며 헤맨 끝에 겨우 손님을 태운 적도 있었구요. 1시간에 평균 5천원 벌때도 많습니다.

 

운행거리가 코로나 이전에 하루평균 293.3km 였으나 코로나 기간에는 274.7km로 6.3% 감소했는데 택시손님이 없으니 운행거리가 줄어들 수 밖에요.

 

하지만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에서는 그나마 피해가 덜하다는 말에 위안을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코로나 1년 동안 사연있는 택시손님을 많이 겪었습니다. 택시기사에게 하소연을 풀어 놓을 정도로 어려운 분들이겠죠.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손님이 있습니다.

 

작년 4월경 한 여성 손님이 탔는데, 남편분이 관광버스 기사이고 몇달 전에 큰돈을 들여 신차를 구입해 꿈에 부풀었는데 그것도 잠시, 성수기인 3월에 불과 이틀 영업을 했답니다.

 

예년 같으면 평균 26일 이상은 일을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고보니 차 할부금과 은행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 여성손님. 지금은 어떻게 됐는 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정부에서 방역단계를 올리거나 낮추면 택시영업에 금방 반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방역 2단계였다가 2.5단계로 올리면 손님이 즉각 줄어듭니다. 택시는 정말 유동인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더군요. 물론 다른 자영업도 같겠지만요.

 

아울러 제 나름대로 택시방역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택시 소독제를 이용해서 수시로 실내외 소독을 실시하고 있고, 택시 내에서는 일절 손님과 대화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타는 분이 계시기도 하지만 이럴 땐 별도 준비한 마스크를 손님에게 드리면 고맙다는 인사는 물론 팁까지 얹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와 트러블이 발생하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기는 하지만 저는 그런 예가 전혀 없었고 손님 전부가 잘 협조해 주고 있습니다.

 

택시기사로서 겪는 가장 큰 고충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스크를 쓰니 입김때문에 안경에 서리가 끼어 앞이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고, 오랜 시간 끼고 있으니 귀가 아프고 여러가지로 불편합니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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