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존 리가 말하는 부자되는 법 본문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이사
존 리(62·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동학개미운동’ 와중에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의병장’ ‘존봉준(존 리+전봉준)’이라 불리고 있다.
그가 2014년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1000회 넘는 강연을 통해 제대로 된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주식투자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기 때문이다. 연세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15년간 운용했던 ‘코리아펀드’는 저평가된 한국 주식을 사들여 장기투자하는 방식으로 누적수익률 1600%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삼성전자 주주가 석 달 새 100만명이 늘었다. 존 리 대표는 “삼성전자에만 목숨 걸면 안 된다. 다른 주식도 사서 늘려라. 15~20개 종목은 돼야 한다. 그게 많고 어려우면 50~60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를 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주식투자는 노후준비를 위한 것이지 재테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요행을 바라는 투자가 너무 많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매매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고 착각해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 결국은 증권사에 수수료만 내고, 주식 같은 거 하는 게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에게 진격의 기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동학개미들에 대한 충고와 코로나19 시대 자본시장에서의 생존법을 들었다.
-‘주식투자 전도사’라 불리다가 이번에 ‘의병장’이라는 별명을 더했다. 동학개미운동을 어떻게 보시나.
“저는 줄곧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고,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이 좋은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의도였다면 지금이라도 그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단타로 일확천금을 노렸다면 이제 퇴각하라는 명령인가.
“제가 일으킨 의병이 아닌데(웃음). 좀 벌었으니 치고 빠지겠다, 그럼 안 된다. 주가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이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관없이 내일도 사고 모레도 사고, 계속 투자하라는 거다.”
-동학개미들의 수익률이 외국인과 기관에 뒤처지는 꼴찌라는 기사가 나왔다.
“석 달 조금 더 되는 기간 동안 수익률이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석 달 동안 누가 더 벌었느냐 따지는 건 유치한 거다. 주식은 2~3개월 투자해서 얼마 버는 게 아니고 5년, 10년 가지고 있다가 10배, 20배 버는 거다(그는 1990년대 초 SK텔레콤을 주당 3만원에 사서 10년 뒤 440만원에 팔았다).
한국 사회는 주식투자를 전쟁처럼 생각한다. ‘너는 5만원에 팔았지, 나는 6만원에 팔았어. 내가 이겼네’ 이렇게 따진다. 주식투자는 제로섬이 아니다. 내가 삼성전자 3만원에 샀고, 너는 5만원에 샀는데, 삼성전자가 30년 뒤에 300만원 되면 다 같이 번 거 아닌가. 이게 주식투자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을 대공황과 비교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런데도 계속 주식을 사 모으라는 말인가.
“사람들은 항상 위기가 오면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라고 한다. 절망적이라고, 나라가 다 끝난 것처럼 말한다. 1997년 IMF, 2000년 블랙먼데이, 2001년 9·1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 겪어봤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항상 ‘바운스 백’, 다시 올라간다는 거다. 어떤 때는 3년이 걸리고, 어떤 때는 5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올라간다.
이럴 때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듣고, 언론이 주목하고, 공포가 치솟는다. 저는 그럴 때 주식을 더 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언급한 위기 중에 미국이 ‘셧다운’ 한 적은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미국에 있었는데, 회사에서 내려다봤더니 다리에 자동차가 없었다. 사람들이 톨게이트비를 낼 돈이 없었던 거다. 지금은 바이러스 때문에 일부러 닫았지만 그때는 정말로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닫은 거였다. 그때는 사람들이 살던 집을 뺏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엔 바이러스만 해결되면 다시 열 수 있다. 제가 감히 이번 위기가 더 심하다거나 덜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런데 항상 위기를 극복했던 인간의 능력을 믿는 거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믿는 거다.”
-경제와 증시는 언제쯤 회복되리라 보나. 많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거라고 했다.
“시장을 예측하는 건 교만이다. 고객들이 원하니까 증권사들이 리포트를 내지만,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들이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반대로 해라.’ 제일 좋은 대답은 ‘I don’t know. 그렇지만 확률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말하겠다.”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가 9조원을 넘어섰다. 빚내서 투자하는 동학개미들이 많은데.
“주식은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월급의 10%로 시작해라. 절대로 빚내서 하는 게 아니다. 나이에 따라 20대라면 월급의 10%만 투자해도 충분히 노후준비가 된다. 30대라면 월급의 15%, 40대는 20~30%, 노후준비 시간이 많지 않은 50대는 50%까지 투자해라.”
-‘원유개미’라는 말도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일부 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에 대해 원금 전액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투자 자금이 줄지 않고 있다.
“무엇에 투자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선물, 옵션, 외환은 제로섬 게임이다. 방향을 보는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방향을 맞추면 돈을 버는데, 그게 바로 도박이다. 기름값이 올라갈 거라는 데 베팅한 사람은 올라가면 돈을 벌고, 내려갈 거라는 데 베팅한 사람은 올라가면 손해를 본다. 그걸 ‘네이키드(naked) 매매’라고 한다. 발가벗고 하는 투자고, 옷까지 뺏겨서 발가벗을 수도 있는 거다.”
-금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금과 은은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 얘기다. 변동성이 싫어서 금도 좀 사두고 부동산도 좀 사두고 그러는 건데, 개미는 아니다. 개미는 일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금, 부동산, 원유는 일을 안 한다.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경영진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나.”
-이번에 주식에 입문한 개미들은 어떤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하나.
“주식은 상식과 훈련이다. 훈련은 안 파는 훈련이다. 주위 사람 말 듣지 않고, 팔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자다. 2000년대 초에 주5일제가 시작되는 걸 보고 하나투어에 투자했다(그는 하나투어로 1만5000% 수익을 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면 여행사가 돈을 버는 건 상식이고, 여행사 중에 가장 앞선 데가 어딜까, 그렇게 주식을 사면 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는.
“조심스러운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보자.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 않나. 편의점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거라고 본다. 코로나19로 바이오주도 봐야 되겠지만 바이오주는 분석하기 굉장히 힘들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의료비용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 헬스케어가 낫다. 5G 시대니까 통신주를 눈여겨봐도 괜찮을 것 같다.”
-장기투자 하라는 말씀이 무조건 오래 들고 있으라는 것은 아닐 텐데.
“분기마다 나오는 기업의 영업보고서를 잘 챙겨 봐야 한다. 몇 가지 중요한 게 있다.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는지,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경쟁사를 봐야 되고, 산업 자체가 성장성이 있는지, 기업의 배당률은 얼마인지, CEO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반적으로 봤을 때 그 회사가 좋다면 주가가 폭락해도 걱정이 없다. 그런 걸 모르면 불안해지는 거다.”
-장기투자와 분산투자, 빚내지 말라는 것 외에 주식 투자의 원칙은.
“그런 기본적인 룰을 지키면 되는데, 한국은 대부분 그래프를 보고 투자한다. 180일선이 어떻고, 더블크로스가 어떻고…. 회사에 대한 얘기가 아닌데,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다. 과거의 그래프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지 말아라. TV에 나와서 그래프 그리는 사람들 말 들을 필요 없다.”
-IMF의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 전망 중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좋았다.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 투자가 나을까?
“확실한 건 한국 기업이 굉장히 싸다는 거다. 이해가 안 되는 게 한국 주식이 안 좋다고 미국이나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거다. 한국 사람이 한국 주식에 투자 안 하니 한국 주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에 투자해 본인도 부자가 되고,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 한국 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의 40%를 가지고 있는데 왜 한국 사람들이 안 사는 걸까?”
-큰 경제 위기 뒤에는 거대기업이 탄생한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기업들이 더 단단해질 기회가 되겠는가.
“경쟁력 없는 기업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살아남는 기업들은 더 크고 강해진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런 기회를 이용해 한국 주식을 사야 한다. 그게 한국 기업들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신에 기업들은 기업 지배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존 리 대표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지금 당장 투자하라 말라 말하는 것보다, 이번에 건강과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처럼 돈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위기가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 말고 부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Comment>
요즘 존 리가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추면서 쓴소리를 많이 해서죠.
위 사진에 나오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금융지식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주식을 사서 모으라고 말합니다. 주식이 위험한 게 아니라 사지 않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라면서. 한국인의 노후대비가 취약한 이유는 금융지식이 부족해서 이고, 결국 주식투자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사교육에 돈쓰지 말고 금융지식을 쌓아라고 하면서, 커피값이나 자가용, 명품 살돈 있으면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청춘들과는 컨셉이 맞지 않는 말같기도 합니다. 하루에 스타벅스 한잔 안하면 어디가 덧나는 걸로 아는 청춘들이 대부분인데.
그리고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 자가용이 웬말이냐며 입사하자마자 자가용 특히 고급차를 사는 젊은이들을 많이 비판하고 있더군요. 존 리는 아직 자가용이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오랜기간 살다 와서 실용적 사고가 몸에 밴 탓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투자를 하거나 부자되는 것은 그 사람의 습관, 철학, 라이프 스타일이며, 한번 산 주식을 사고 파는데 몰두하지 말고 오랜 기간 보유해서 그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이 공감합니다. 맞는 말 아닙니까.
아무튼 단돈 1만원이라도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팔 생각 말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노후대비요 최고의 부자되는 길이라고 하는 존 리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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