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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정년퇴직 후 5년

희망연속 2020. 5. 13. 19:08

 

 

 

30여 년을 몸 담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퇴직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군요. 쏜 화살입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그래도 보람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나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퇴직 후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이 55%에 달한다는군요. 제가 근무했던 직장에서 함께 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봐도 재취업 비율이 절반은 되는 것 같습니다.

 

재취업을 했다고 해서 전 직장에서 만큼의 대우를 받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재취업 할 수 있는 분야는 극히 한정되어 있고, 설사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받는 급여는 만족스럽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또 재취업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요. 오직 생계만을 위해서 오래도록 일을 한다면 별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장애인 목욕 등 중증 장애인을 위한 무료 봉사활동을 하는 분도 있고, 시골로 완전히 내려가서 살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취업 분야가 청소원이든, 주차관리원이든, 아파트 경비든, 이웃을 위한 봉사든, 수입이 많든 적든,

 

진짜 핵심은 무언가 일을 한다는 것, 그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퇴직 말미에 주어지는 연수 기간 중에 택시회사에 들어가 3년을 보내고, 지금은 개인택시를 구입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 어쩌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게 되면 하루 온종일 피곤하고 그랬었는데 택시기사로 일하면서는 새벽 4시 전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버렸습니다.

 

제가 잠돌이로 소문이 난 사람인데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것은 아닌지. ㅎㅎㅎㅎ

 

하지만 할만 합니다.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새벽에 택시 시동을 걸면서 머릿속으로 오늘 목표액을 정한 다음, 하루 종일 핸들을 잡은 후 그 목표액을 달성하고 충전소에 돌아와 세차를 하고 나서 느끼는 희열감은 직장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입니다.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산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어서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힘든 일을 할 필요까지야 있느냐, 빌딩 살 거 아니면 그냥 연금받고 편히 살아라고 빈정투로 말하는 이들도 아직 있습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욕하든, 빈정거리든, 그거야 그 사람들 생각이고, 그들이 대신 인생을 살아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무시하고 단지 돈벌이로 국한해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제가 다 이해할 필요는 없겠죠.

 

퇴직(退職)이란 문자 그대로 직장에서 단순히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를 바꿔 끼는 retire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퇴직 수년 전부터 퇴직 이후를 준비 했다는 것.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은 직장 재직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보람찬 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이게 정말 중요한데........

 

저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그 날까지 택시를 계속 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택시 영업환경이 해가 갈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나빠지고 있지만, 견뎌 내야죠. 가는데 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년퇴직 후 10년이 지나고 나서, 그러니까 2025년 경에 다시 한번 블로그에 글을 올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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