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서울 고가차도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다 본문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산다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 온종일 숨막히는 살인적인 교통정체 속에서 운전대를 잡아야 하고, 갈수록 탁해지는 미세먼지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까다로운 손님 만나면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그나마 그런 손님조차도 태우지 못하면 땅이 꺼지는 허탈감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이 서울의 교통상황입니다.
제가 4년 반전에 맨처음 택시에 입문했을때만 해도 서울의 대표 간선도로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출퇴근시에만 막힐 뿐 낮에는 교통흐름이 썩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밤중을 제외하고는 정말 답이 없을 정도로 막힙니다.
강남은 밤 10시까지는 거의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퇴근시간대 강남은 걸어가는게 빠를 정도입니다.
종로만해도 버스전용차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아주 원활했었습니다. 근데 웬걸, 버스전용차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한꺼번에 만들고 난 후 부터는 교통지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러면 차를 안타면 될거 아니냐, 택시기사 하지말고 다른거 해라 "고 한다면 저도 할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에게만 교통정체의 책임을 따지고 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렇다해도 가까운 일본만 해도, 도쿄는 서울의 3배가 넘는 면적인데도 고가차도가 엄청 많습니다. 2층, 3층은 물론 최고 7층 고가도로까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쿄의 교통상황은 서울에 비해 훨씬 낫습니다.
서울은 어떤가요.
서울은 비좁은 땅덩어리에 312만대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죠. 최근 10년 동안 한달에 1,500대씩 자동차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답답한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운행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저 시민들 양식에 맡기는 수밖에는요.
그런데, 이런 판국에 멀쩡한 고가차도를 때려 부수고, 좁아터진 도로를 더욱 좁게 만들고 그 옆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게 과연 옳은 방법인지 저는 많은 의문이 듭니다.
아현고가와 서대문 고가를 거의 동시에 철거함으로서 마포대로와 서대문사거리 교통상황은 거의 지옥입니다.
서울역 고가는 어떻습니까. 무슨 공중정원을 만든다고 콘크리트 바닥에 화분 몇개 갖다 놓고 자동차를 못다니게 한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도로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함으로서 서울역 인근의 교통혼잡, 특히 회현역 사거리, 명동까지 교통지옥으로 변하게 하고, 서울역을 동서로 단절시킨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반면 월드컵대교,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강남순환도로 연장 등 대형 도시인프라 사업은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사람중심도 좋고, 보행자 중심도 좋고, 환경도 좋지만 도로가 교통 지옥으로 변한다면 그 파장과 역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따져봐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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