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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해결은 김대중 전대통령에게서 배워야

희망연속 2019. 7. 15. 14:45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거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앞으로 가전, 조선, 중공업 등 다른 산업에 까지 수출규제를 가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일본의 이같은 압박은 주도면밀하게 준비돼 온 것이라고 하죠. 반면에 우리 한국은 국민감정에 편승해 준비없이 손 놓은 채 있다가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일본과 아베 총리의 편협함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과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임이 분명할 진데.


하지만 우리는 반성할게 없을까요.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수출규제의 단초가 된 일본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정권마다 오락가락 했고, (그 판결이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기는 하더라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소녀상을 한두군데 세우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온 자치단체에 다 소녀상을 건립하겠다며 국민성금까지 대대적으로 모금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일본제품이야 하면 가격, 품질 불문하고 호주머니를 열어 제치고, 관광수지 적자는 무려 3배에 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무슨 극일, 반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제품 불매운동?


저는 그딴거 믿지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흐지부지 될텐데 뭘.

 

한일관계는 참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인터넷에서 우연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봤고, 그의 혜안이 대단했음을 감탄하면서 퍼왔습니다.


  




1998년 9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하 DJ)은 첫 방일(訪日)을 한 달 앞두고, 일본에게 놀라운 선물 하나를 발표한다. 그때까지 한국이 내부적으로 고수해오던 일본국왕이란 호칭을 '일본천황'으로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지배의 상징성을 지닌 '천황'이란 호칭을 대통령이 쓰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DJ는 밀어붙였다. 

2019년 7월 수출제재 카드를 꺼낸 일본정부에 한국이 들끓고 있다. 일본기업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들뿐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까지 '왜란의 13척'과 '의병 궐기론' '죽창가'를 들먹이며 한·일 감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의 노림수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다. 정글에서 동물들이 벌이는 서열싸움을 하기 위해 챙겨둔 카드를 꺼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판 붙어보자고 지도자도 국민도 사생결단을 요구한다. 일본에 휘말리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큰 타격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냉정을 찾고, 확전을 피하고 조속 해결에 주력하고 국제 중재위 회부로 시간을 버는 게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의 절박한 충고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가다듬어, DJ정부의 철저한 외교실리주의를 들여다보는 건 의미가 있다. 

일본 의회에서 그가 한 연설은, 한·일관계를 성찰하고 그 비전을 제시하는 '외교적 고전'이 아닐 수 없다. 김흥규 고려대 명예교수는 14일 연설문을 다시 읽은 뒤 전율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뛰어난 정치가의 식견과 역량에 새삼 놀란 것이다. 

그는 우선 자신이 일본에 큰 은혜를 입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생명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 일본 국민과 언론, 정부가 긴 세월 동안 힘을 써주었다고 치하한다. 그에게 의회 연설이 감회 깊은 것은 우선 그 때문이라는 표현은 일본과 김 대통령 간의 깊은 우의를 새긴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민주화의 기적에 대해 얘기한다.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명문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혀 신뢰를 얻어낸다. 

과거사는 어떻게 짚었는가. 일본은 제국주의와 전쟁의 길을 선택해 한국에게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겼지만, 2차 세계대전 후 땀과 눈물을 바쳐 의회민주주의와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즉 전전(戰前)과 전후의 일본을 나눠서, 전후의 일본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후 또 하나의 설득력 있는 웅변이 등장한다. 한국과 일본의 불행했던 관계는 임진왜란 7년과 식민지배 35년, 합쳐서 42년인데 그 나머지 역사는 1500년이다. 42년 때문에 1500년 교류협력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조상과 후손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양측의 미션을 얘기한다.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아베와 문 대통령에게 지하의 DJ가 고언하는 말로도 들릴 만큼 생생하다. 

북한에 관한 얘기도 쏙 들어온다. 햇볕정책의 창안자였던 그다. 그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으며 결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인내와 포용의 자세를 강조하면서, 북한이 고립되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논리를 제기한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큰 도움을 받았음을 인정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협력을 해주었다면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로 감사를 표한다. 이와 함께 향후 외국투자를 더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다.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 지배로 한국에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 이 선언으로 한·일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각 분야의 협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어업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약, 그리고 월드컵 공동개최 등의 결실을 다져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도 많이 다르고, 서로의 이익이나 정치적 입장도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DJ의 유연한 외교와 그것이 건져낸 실익을 음미해보는 것은, 지금도 지극히 유효하지 않은가. 

                                                                               아주경제신문 이상국 논설실장 / 2019. 7.15




심지어 생전에 DJ와 아주 불편한 관계였던 조선일보 조차 우호적인 글을 썼네요. 참 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345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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