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삼전도비에서 교훈을 얻다 본문

다시 찾고싶은 곳

삼전도비에서 교훈을 얻다

희망연속 2019. 6. 9. 16:15

소설 남한산성을 읽노라면 우리 선조들의 나약함과 무모함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임금(인조)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썩은 관료들로 인해 선량한 백성들은 외세의 침략앞에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죠.


왜 저렇게 한심하고 무책임할까.


남한산성에서 50일간의 항전?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른 청나라와 맞대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리했을까. 


패배와 항복은 자명했고 목숨을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삼전도비가 치욕이었다고? 당연한 것 아니었던가요.


지구상에서 흔적조차 없이 지워졌어도 시원찮을 임금과 신하 나부랭이들로부터 교훈을 배워 후세들이 영원히 기억하게 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저 창피하다고, 치욕적인 역사였다고 숨기기에만 바빴습니다.


이것 저것 생각하면서 삼전도비를 찾았습니다.

 



삼전도비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석촌호수쪽으로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어요.


원래 삼전도비를 세웠던 위치가 지금은 석촌호수라고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된 위치라고 할 수 있겠죠.





2010년에 이 곳으로 옮겨 왔으니 얼마 되지 않았구나.








저는 사실 삼전도비가 훨씬 더 크고 웅장(?)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체 높이가 5.7m, 비석 높이는 3.95m, 폭 1.4m, 무게 32t


비문은 영의정을 지낸 이경석이 썼다고 하죠. 





비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랜 세월 탓에 글씨가 희미해져 잘 알아보기 힘들 정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선의 임금과 관료들은 정말 멍청하고 무책임했다는 것.


당연히 외교를 잘해서 화친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아니고 원.


제가 보기엔 거의 똘아이 수준같습니다. 당시 신하 중 화친을 주장했던 주화파 최명길이 정답이었습니다. 척화파인 김상헌과 대부분의 관료들은 눈이 어두웠던 것이죠.  


이미 지는 해인 명나라와의 의리만을 고집한 채 떠오르는 해인 청나라를 배척하고 얻은 병자호란의 참혹한 댓가는 오롯이 그들의 책임입니다.


삼전도비가 치욕과 굴욕의 역사라고 해서 애써 무시하는 경향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삼전도비는 후세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는 소중한 유물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힘이 없으면 당하는 게 맞고, 남에게 굴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백성은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사실,


생생한 교훈이지 않습니까.

 


삼전도비 바로 옆, 약 50m 떨어졌을까, 롯데월드에서는 젊은 청춘들이 놀이기구 타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새더군요.


그들은 모르겠죠. 우리 선조들의 치욕의 흔적과 생생한 교훈을 담고 있는 삼전도비가 바로 곁에 있을 줄은. 

'다시 찾고싶은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0) 2019.11.03
남한산성을 찾아서  (0) 2019.10.01
인왕산과 윤동주 문학관  (0) 2019.06.09
연개소문 유적비  (0) 2019.04.13
강화 고려산 진달래  (0) 2019.04.1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