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대한민국 국격(國格)에 맞는 택시 본문
개화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9호선은 중앙보훈병원역이 종점입니다. 다른 지하철도 동일하겠지만 지하철 종점에는 택시손님이 있는 편입니다.
특히, 둔촌동에 있는 보훈병원역은 약간 외곽지역이어서 사정이 더합니다.
제가 이용하는 충전소가 그 부근에 있는 탓에 혹시나 손님 한분이라도 태워드리려는 마음에서 개스충전하면서도 콜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ㅎㅎㅎ, 돈 얼마 벌겠다고. 사실 돈 때문 만은 아닌데.
얼마전 밤 늦은 시간, 충전소에서 세차를 하고 있는데 계속 하남시가는 콜이 울립니다. 보통 몇번있으면 콜이 연결되거나 포기하곤 하는데 아마 택시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충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여전히 그 콜이 울리더군요. 저는 피곤하기는 했지만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런가보다 하고 사정을 생각해서 콜을 잡았습니다. 정말 희생정신으로요.
젊은 남자손님이었는데 저 같았으면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도 할법했는데 어찌 분위기가 무뚝뚝합니다.
택시에 타자마자 불만을 쏟아 냅니다.
이렇게 택시가 안잡히니 카풀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선 잘만 하는데 왜 카풀을 반대하는거냐? 걸핏하면 시외간다고 승차거부나 하고, 도대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거냐?
참 실망스럽더군요. 밤 늦은 시간, 외곽지역이어서 택시도 잘 오지 않는 사정을 고려하지는 않고 저리 말한다면 이 것은.........
그래서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서울택시가 시외가는 것은 원래 안가야 맞지만 형편상 가는 것이라고, 승차거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흠칫 합니다. 아마 몰랐었던 거겠죠.
시민들은 시외지역이라해도 택시는 무조건 가야만 하는 걸로 알고 있죠. 특히 신문기자들이 밤늦게 일하고 택시가 시외 안간다고 하니 무조건 승차거부로 몰아 때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 손님은 어쨌든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택시를 타고 싶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격(國格)? 국가의 품격이라.
참 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그냥 소이부답(笑而不答)하고 말았습니다만 국격이라면 저도 할 말이 많죠.
택시잡기가 조금 불편하고, 불친절하고,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격까지 들먹인다면 참 그렇습니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대통령이었습니까. 그 사람들을 뽑은 국민들은 또.
매일 싸움질만 하는 정치인들, 해바라기 관료들, 사이비 언론들, 돈밖엔 모르는 기업인들은?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택시 숫자만 따져서도 세계 톱이고, 그런 탓에 택시요금이 싸구려일 수밖엔 없고 택시회사와 기사들은 중노동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엔 없는게 오늘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속사정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국격에 맞는 택시, 카풀 운운하니.....
제가 3년동안 다녔던 택시회사 관계자를 얼마전에 만났더니 그러더군요.
카풀, 공유경제 어쩌고 하더니만 타다같은 수백대 규모의 택시회사만 아무런 조건이나 규제없이 허가해주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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