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 승차거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본문
택시 승차 거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역시나 택시 승차거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2014년 2천302건, 2015년 1천722건, 2016년 1천641건으로 매년 줄었는데 지난해 1천769건으로 128건이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8월까지 1천22건이 발생했고요.
택시 승차거부 신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2천64건이 발생한 홍대입구. 이어 강남역이 1천 285건, 종로가 942건, 여의도가 715건, 이태원역이 666건 등 순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부는 왈 이런 승차거부를 근절 시키기 위해서라도 카풀 전면도입은 당연하다는 입장인데요,
택시기사인 제 가 볼때에는 승차거부 문제가 현실보다 많이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택시 승차거부는 한마디로 극히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낮시간대에는 손님 찾아 삼만리인게 택시시장이고, 야간에도 마찬가지인데 극히 예외지역에서만 승차거부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승객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택시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즉, 심야시간대에 유흥가(홍대, 강남, 이태원 등), 오피스 지역(여의도, 강남, 종로 등)에서 그렇죠.
물론 그렇다해도 승차거부를 용인하면 안되겠지요, 승차거부는 안됩니다.
그래서 택시기사인 제 입장에서도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택시 승차거부를 택시기사만의 잘못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럼, 택시 승차거부가 계속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볼까요.
먼저, 저렴한 택시요금과 택시기사의 욕심이 빚어낸 합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택시요금이 일본의 1/3 수준이고, 중국, 심지어 동남아보다 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게다가 택시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이 공급되어 있는 탓에 경쟁이 치열하고, 저렴한 요금을 벌충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더해지다 보니 승차거부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승차거부를 합리화하자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대다수의 기사들은 승차거부 같은거 모르고 법규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 기사들이 문제죠.
아울러 승차거부가 주로 일어나는 심야시간대 택시요금은 우선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야간 운행은 낮은 요금, 진상 손님, 안전사고 등의 위험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공무원, 특히 박원순 시장님
현장에 답이 있다고 그렇게 외치고만 다니지 말고 심야에 택시 한번 타보시기를 권합니다.
둘째,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밤문화에도 그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 우리만큼 심야에 그토록 활발하게 밤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셨습니까.
밤만되면 더욱 밝아지는 조명, 술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 그 아래 밤새 일하는 사람 등등
그런 사람들이 퇴근 시간이 되어 돌아갈 타임엔 아무리 택시가 많다해도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수 밖에요.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택시승객 골라 태우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야간 영업을 축소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인데요.
셋째, 음주에 관대한 문화, 진상손님으로 인해 심야운행 택시가 적습니다.
택시는 주간보다 야간에 손님이 훨씬 많아 돈벌이가 됩니다. 그래서 야간운행을 즐기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심야운행을 꺼리는 편입니다.
법인택시는 의무적으로 운행하니까 제외하고 개인택시의 경우 하루 35,000대 정도가 운행하는데 야간에는 25,000대로, 거의 10,000대의 택시가 운행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것을 개인택시 기사 노령화 현상과 관련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노령화 보다는 진상손님과 관련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택시 기사 중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달리 술에 대해 관대한 편이고, 술취한 손님이 진상 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간운행에 비해 야간운행이 돈벌이가 된다고 해도 택시기사들이 꺼리는 이유가 이런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싼편에 속하는 술값은 어느정도 현실화하는게 옳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진상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넷째, 승차거부에 대한 실효성있는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택시승차거부 시 적발될 경우 1회 과태료 20만원, 2회 자격정지 30일에 과태료 40만원, 3회 자격취소와 과태료 60만원 등의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처벌규정도 규정이지만 문제는 실효성있는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승차거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서울시에서 단속의지가 많기는 하지만 심야에 단속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승객이 승차거부로 당국에 신고를 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다반사구요.
더욱이 현재 승차거부 단속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어서 실효적인 단속이 어렵습니다.
만약에 승차거부 단속을 경찰이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많이 달라지겠지요.
이 것은 관련 법과 제도가 변경되어야 하는 부분인데요.
외국을 보면 불법주차 단속 역시 경찰이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가 아직 덜 정착된 탓으로 보입니다.
건축, 위생, 교통 분야 등 생활민원 불법사례 단속은 경찰에서 주관해야 효율적인 단속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루빨리 외국에서 처럼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소속된 자치경찰이 생겨야 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시외운행 거부를 승차거부로 잘 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도권 그러니까 서울과 경기도, 인천은 동일 생활권이라고 봐야죠. 그래서 출퇴근 등의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하지만 택시 사업구역은 다릅니다. 그래서 손님이 서울에서 경기도를 가자고 할 경우엔 택시기사 입장에선 갈 수도 있고 안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간엔 손님이 드무니까 손님의 요구대로 대부분 갑니다. 하지만 바쁜 시간대엔 안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이 것을 승차거부로 오해하고 택시기사를 도매금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구역을 없애면 될 것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그러면 시장질서가 더 교란될 가능성이 큽니다.
택시 거의 전부가 대도시로 몰려와서 영업을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죠.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더 타이트합니다. 다른 사업구역에서는 절대 손님을 태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택시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복귀할 경우 서울가는 손님을 태울 수가 있거든요.
여섯째, 심야운행에 대한 메리트가 적습니다.
야간운행 택시에 대한 혜택이 현재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심야 운전을 하는 택시기사에 대한 메리트를 많이 줘야 합니다.
심야 12시부터 4시까지 택시비 할증 20% 붙는데, 그걸로는 약합니다.
택시요금 체계가 바뀌어야 할거 같구요.
심야운행을 하는 택시에 대한 보조금, 가령 카드 수수료 면제, 유가보조금 차등 지급 등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경우 심야에만 운행하는 개인택시 9조가 있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 당연히 많은 택시기사들이 9조를 지원하겠죠.
그래야만 야간에 운행을 하는 택시가 많아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승차거부는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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