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노후 직업으로서의 택시, 택시기사 본문
얼마 전 새벽, 반포에서 어느 여자 손님이 타셨습니다. 60대 후반쯤....
이것 저것 물어 보시네요, 택시 한지는 얼마나 되었고, 면허 가격은, 근무는 어떻게 하는지, 힘은 들지 않느냐는 등
저는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뭐, 포장할 것도, 축소할 것도 없고, fact 그대로.....
그 여성손님의 남동생이 현재 공기업 간부로 재직 중인데 금년에 퇴직을 할 예정이고, 퇴직 후에 택시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하더라는 것이죠.
처음엔 깜짝 놀랬답니다. 서울에 아파트가 2채이고, 퇴직 후 생활자금도 여유가 있는데 웬 택시냐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준비하라고 말해줬답니다.
하나 뿐인 동생이 택시 운운하니까 충격(?)을 받은건지.....
평소에 남매의 우의가 매우 돈독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몇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달리한 동생 생각이 나서 잠시 먹먹했습니다.
저는 회사 정년퇴직 후 지금 개인택시 하는데 "interesting"하다고 말씀 드렸죠.
막 웃습니다. "interesting?"
젊은 사람들에게 택시기사는 낮은 처우문제 등으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50, 60대에 직장을 퇴직하고 이모작으로는 제법 해볼만한 직업입니다.
그러면 나이든 사람들만 하라는 말이냐? 체력과 순발력이 떨어져 운전이 버거울텐데......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요즘 60대는 옛날 40대에 못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그리 변했잖습니까.
조심만 하면, 체력관리만 잘한다면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택시하면서 뭐가 제일 좋느냐 하는 그분의 질문에 저는 제가 일한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택시는 뛴만큼 벌 수있는 업종에서 가장 아날로그틱하다고 할 것입니다.
뭐 까짓거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가끔씩 로또 4등이 터져서 세상 사는 맛이 난다고 했더니 처음엔 의아해 하십니다.
생각도 못한 장소, 예상외의 시간대에 장거리 손님이 타게되어 택시요금을 많이 받게될 때, 정말 기분이 째집니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더러 아직은 청춘이네요 하며 웃으십니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니 얼마든지 시간관리하면서 여가를 활용할 수 있고, 건강에 취약한 업종이다 보니 거꾸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해서 오히려 좋은 점이 있고, 돈을 버니 와이프와 자식에게도 위신이 서서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벅찬 분야에서 젊은 층과 겨뤄 거뜬히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일 것입니다.
택시운전.
좋게 생각하면 참 괜찮은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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