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자가용 카풀 영업' 허가와 택시업의 미래 본문

서울 택시세상

'자가용 카풀 영업' 허가와 택시업의 미래

희망연속 2018. 10. 24. 20:12

자가용 카풀영업이 전면적으로 허용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플러스, 타다, 럭시' 등 중소기업에서 자가용 카풀영업을 하고 있는데 대기업인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하여 전면적으로 카풀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죠.


정부는 내부적으로 공유경제 활성화, 운송사업 혁신방안 운운하면서 카카오 자가용 카풀영업을 전면 허가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듯 합니다.


뭐 허가하든 말든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까 알아서 하겠지요.


택시업에 종사하고 있는 저는 카풀영업 전면 허용 후에 일어날 우리 택시업의 변화상과 사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택시수요를 상당 부분 잠식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언론보도(경향신문, 2019년 10월 22일자)에 의하면 카풀로 인한 택시 수요감소는 약 5.9% 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소숫점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일텐데..... 

 

아무튼 대기업인 카카오 카풀은 출퇴근과 심야시간 대 택시수요를 많이 빼앗아 갈 것입니다.


그러나 5.9%는 너무 미니멈인 것 같고 대략 10%까지는 택시수요를 잠식하지 않을까 합니다.



둘재, 고용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할 것입니다.


정부가 카카오 카풀을 허가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때문입니다.


첨단 운수혁신 방안, 승객편의, 공유경제 활성화 이런 말은 전부 갖다 붙인 것이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상황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십만 택시기사들의 반대에도 카풀허가를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인데.


정부는 대기업이 카풀시장에 참여하면 수십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고, 카카오는 정부와 밑그림을 그려놓고 20만명의 카풀운전자(크루)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카풀은 원래 국토교통부 업무인데도 김동연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고용효과는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설사 고용이 는다 해도 영업시간이 출퇴근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는 만큼 임시직, 알바 비슷한 일자리만 늘어날텐데.....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통상황, 정규직이 아닌 일자리, 기대에 못 미칠 수입 등은 젊은 층이 카풀 운전자로 참여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셋째, 택시업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법인택시는 현재도 쉬고 있는 차가 30%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기사를 구하기 어려워서이지요.


그런데 또 카풀? 엎친데 덮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도산하는 택시회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택시 또한 면허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처럼 1/3가격으로 떨어지는 사태까지야 가지 않겠지만 어느정도의 하락은 불가피하리라 봅니다.



넷째, 대도시의 교통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입니다.


카풀이 허용되면 택시수요뿐 아니라 기존의 버스, 지하철 이용자들 중의 일부도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버스와 지하철은 적자여서 대중교통이라는 법의 보호막 아래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승객이 감소하면 지원되는 예산은 더 늘어야 하니 결국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아울러 돈벌이가 된다니까 혹해서 너도 나도 카풀시장에 참여할 경우, 카풀 차량만 잔뜩 늘어나 대도시의 교통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현재의 택시는 택시기사 자격, 택시운영 등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규제를 통해 통해 시장이 그나마 어느정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카풀은 별다른 규제도 받지 않고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교통생태계는 더욱 교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다섯째, 정부입장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지난 10월 18일 카풀허용 집회에 참석한 10만 택시기사들을 보셨죠.


예상 밖의 참석인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을 겁니다. 그만큼 택시기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카풀허가 후 30만 택시기사는 물론이고 그 가족, 업계 종사자 등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완전히 정권 안티로 돌아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위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저의 조그만 생각일 뿐입니다.


카풀이 전면 허용된다 하더라도 카풀시장이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예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정부와 카카오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아니면 예상을 한참 빗나간 쪽박이 될지.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두게 되겠지만 정부와 카카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통환경이 외국과는 많이 달라서 카풀이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동료기사들과 이 문제로 이야기할 때면 절대 용기를 잃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외국에서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우리도 해야 한다는 발상이 안타깝고, 외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우리 택시업계와 기사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