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술취해 택시타는 진상들 본문
택시운전을 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울 때가 술취한 손님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깨워도 나몰라라 하거나 술취해 요금가지고 시비걸 때이다.
며칠전, 오전 10시경 을지로 3가.
처음 보는 순간, 약간 이상하다 직감했으나 얼떨결에 태우고 말았는데.....
내옆 조수석에 타더니 까치산역으로 가자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혀가 꼬부라졌음을 벌써 알아챘다.
한손엔 맥주캔까지 들고,
안 태웠어야 했는데, 아차 싶었다. 이걸 어쩌나, 느낌이 수상했다.
택시가 흔들거려 혹시나 맥주가 흘러 넘칠까봐 "손님, 맥주캔 조심하세요" 했더니 눈감고 자는체 한다.
내가 맥주캔을 만졌더니 꽉 쥐고 모른체 한다. 자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마포대로, 강변북로, 양화대교, 경인고속도로를 달려 금새 까치산역에 도착해서는 손님을 흔들어 깨웠다.
그랬더니 까치산역 지나 우회전해달란다. 그리고 또 잔다. 자는 척 하는건지.
우회전 한 후 다시 어디로 갑니까 하니 끝까지 가잔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 곳이 어디냐고 외친다.
다시 돌아 가달라, 어디로 갑니까, 우회전 하라고 했지 않느냐, 우회전 했잖아요, 잔말 말고 다시 돌아가요,
스트레스 만땅, 말이 안통한다, 바윗돌 앞에두고 이야기하는게 낫지, 완전 맛이 갔다. 괜히 트집이다.
벌건 대낮에 이런 꼴이라니, 한숨만 절로.
경찰서로 직행해야 하나, 112를 불러야 하나,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해야 한다.
손님은 길길이 날뛰고 있다. 물만난 고기다.
니가 갑자기 엉뚱한데로 우회전했지 않냐, 다시 돌아 가자는 등등
순간 안되겠다 싶었다. 경찰서에 연락해봐야 시간만 죽일텐데
손님이 하염없이 밉지만 실리를 택하기로 했다. 요금은 18,000원, 속은 한없이 쓰리다.
손님, 내리세요, 그랬더니 군말없이 내린다. 차를 돌렸다.
인종 청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늘은 참자.
저런 인간은 다음에 또 저럴 것이다. 돈도 돈이고, 괜히 간뗑이가 부어 영웅심리가 발동했겠지.
동료기사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인간은 반드시 경찰서에 신고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단다.
하지만 지난 번에도 경험했질 않나. 무관심한 경찰만나면 하세월이고 피같은 시간만 손해이기 십상이다.
평균 2달에 한번 꼴, 진상을 만나게 되는구나.
택시하면서 가장 슬플 때의 모습이다.
'서울 택시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수록 심해지는 서울의 대기오염 (0) | 2016.07.09 |
---|---|
서울 택시기사 1년 (0) | 2016.06.20 |
택시기사와 흡연 (0) | 2016.03.22 |
택시기사의 조건 (0) | 2016.03.12 |
택시기사는 돌부처가 돼야 (0) | 2016.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