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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의 조건

희망연속 2016. 3. 12. 19:36

택시기사는 힘든 직업이다. 오죽하면 막장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막장이란 말은 over인 것 같다. 돈욕심이 덜하고 운전이 흥미있는 사람에겐 썩 괜찮을 수도 있는 직업이다. 

 

난 퇴직하기 오래 전부터 택시운전을 염두에 뒀다. 

 

말하자면 준비된 택시기사? ㅎㅎㅎㅎㅎ

 

그런데 유능한 택시기사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유리할까.

 

 

 

 

첫째, 운전에 흥미가 있고 운전을 잘해야 한다.

 

당연하다. 운전으로 밥 먹고 살기 위해선.

 

교통지옥인 서울에서 온종일 운전대를 잡으려면 운전에 흥미가 없인 정말 곤란하지 않을까.

 

게다가 운전의 달인이라면 더욱 좋겠지. 

 

그렇다면 난 어떨까.

 

지금껏 운전 능숙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으니.

 

하지만 운전엔 확실히 취미가 있음을 알고 있다. 아울러 조심운전, 안전운전엔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착각일까.

 

 

둘째, 길눈이 밝고 지리를 많이 알아야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요즘 내비게이션이 좋다고는 해도 한계가 있는 법. 가장 빠른, 안 막히는 길을 내비없이 척척 찾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 역시 길눈이 밝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승객이 목적지를 이야기하자마자 머릿속에 그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순식간에 그려져야 우수한 기사라고 하는데 난 그렇질 못하다. 한참 있어야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큰 건물이나 도로 등에 관심을 쏟아 왔고, 지금도 하루운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지도로 복기를 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내비를 잘 활용해서 손님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셋째,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

 

돈을 주는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처음에 손님이 차에 올라타면 어서오십시오, 안녕하세요를 큰 소리로 복창했더니 기사 아저씨 초보죠? 하는 소릴 손님에게서 많이 들었다. 원래 내 목소리가 약간 크기도 하지만.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목소리 톤을 약간 낮추고 있기는 하다. 

 

승객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들어줘야 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친절이란 말은 좀 그렇지만.

 

가령 좁은 언덕길을 끝까지 가자고 하거나, 바쁜 시간에 지하 주차장까지 가자고 하는 경우, 무거운 짐보따리를 여러개 싣는 경우, 무조건 빨리 가달라고 조르는 경우 등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는 승객이 많기 때문. 

 

친절을 생각하면 손님 뜻대로 무조건 봉사를 해야 마땅하지만 그 한계를 정한다는게 참 어렵다.

 

 

넷째, 건강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앉아서 운전대를 잡으려니 몸에 불균형 신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앉아있는 직업은 수명도 단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하체운동은 필수다.

 

나는 회사까지 편도 30분거리를 걸어서 오간다. 약 8천보다. 집에서 걷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일만보.

 

상당히 운동이 된다. 내 나름의 운동수단이요, 건강관리책인 셈이다.

 

아울러 음주를 하면 다음 날 영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휴무 전날을 제외하곤 일절 금주다. 물론 주량도 약하지만.

 

나는 약골이다. 저질체력으로 택시기사를 무리없이 해내려면 이런 간단한 건강관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

 

 

다섯째,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숨막히는 교통정체, 일부 손님의 돌출행동, 손님이 적은 날의 허탈감 등등

 

특히 손님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고객이 왕이고 갑이다.

 

그러나 어쩌랴. 참고 이겨낼 수 밖에.

 

 

여섯째, 성실해야 한다.

 

택시는 아날로그 그 자체다. 오죽하면 바퀴가 굴러간 만큼 수입도 오른다고 할까.

 

따라서 가늘고 길게, 천천히 꾸준히가 정답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요령피우지 말고 죽자살자 운전만 해라는 소리.

 

법인택시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가 정식휴무이니 한달에 25~26일을 풀로 근무(만근)해야만 그나마 제대로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몸이 아프거나 사정이 있어 하루만 결근해도 몇만원이 싹둑 짤려 나간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성실히 근무한 사람만이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

 

 

 

 

택시기사를 하려면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조건에서 가장 필요한 건 무얼까.

 

물론 다 중요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맨 마지막, 성실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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