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조정래는 변해도 태백산맥은 변하지 않을 것 본문
"사람이 변함이 없다", "늘 그대로다"하는 말은 칭찬일까, 아니면 핀잔일까.
칭찬일수도, 핀잔이나 비난일수도 있을 것이다.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암울했던 80년대,
우리는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눈을 떴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질곡의 근현대사를 우리 민초들이 어떻게 관통해 왔는가에 대해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특히,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과 같은 대하소설은 방대한 분량을 만년필로 손수 썼다는 점에서 어떤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단순한 책이 아닌 '인간의 혼'이요, '우리의 역사' 그 자체였다.
난 그렇게 위대한 책을 쓴 조정래 같은 작가는 단순한 소설가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시대를 리드하는 위인이기를 바랬다.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그는 가끔씩 언론에 등장해선 실망스런 멘트를 날려주곤 했다. 인간의 다양성을 직접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포스코 박태준 회장을 한국 경제를 부흥시킨 위인으로 치부하고, 문재인 대신 안철수를 지지한 것 까지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척박한 진보진영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그 어떠한 발언도 없었을 뿐 아니라, DJ의 햇볕정책을 비토하는 발언을 심심찮게 했던 것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결정적으로 절망적 멘트가 나왔다.
박근혜대통령이 생각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가 일본보다 중국을 더욱 대접한것 같아서란다. 아울러 북한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말도 했다.
NLL은 그저 정치인들에게 실망스럽다는 말만 했고, 국정원 사태는 문제가 있다고만 했다.
이 무슨 황당 토크일까.
그의 이번 발언에서는 태백산맥다운 면이 전혀 없다. 깊고 고민스런 인식이나 철학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 황석영이 아부성 발언을 해서 난리부르스가 났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조정래의 발언은 황석영보다 훨씬 실망스럽다. 황석영은 단순히 통일의 전도사가 되기를 희망했고,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지, 진영의 논리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지하야 알콜중독자니까 그러려니 하고.
조정래의 발언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거 악연때문에 일본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대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가 진정으로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라면, 당연히 국기를 흔들만한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어야 맞지 않을까.
NLL발언도 경박하긴 마찬가지다.
도무지 철학이 안보인다. 그런 머리와 사고로 어떻게 태백산맥을 썼을까.
대하소설로 돈벌었으니 배에 기름이 찬걸로밖에는 생각이 안든다. 안타깝다.
하지만 조정래는 변할 수 있어도 태백산맥은 전혀 변함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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