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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형 문장은 독재의 유산(?)

희망연속 2011. 8. 21. 10:26

2011년 8월 18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피동형 문장이라는 칼럼부터 읽어보자.

 


[말글마당] 피동형 문장

 

"○○기술이 김 박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김 박사가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같은 결과를 말하지만 사뭇 다르다. 피동문은 ○○기술이 오랜 세월을 기다려 우연 혹은 필연으로 김 박사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능동문은 김 박사가 필요성을 절감해 각고의 노력 끝에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썼다.

 

"중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행위 주체가 피동문에서는 모호하지만 능동문에서는 확연하다.


조언을 구했던 선배가 '피동형 기자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해 보내왔다. 언론 탄압 시절, 의견과 판단의 주체를 숨기고 싶었던 기자들의 심리가 무주체 피동문으로 나타났고 이를 답습한 게 오늘날 보도문의 전형처럼 행세한다고 분석했다.

 

최현배 선생의 통찰대로 사고와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삼는 우리말은 능동문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피동문이 난무하는 것은 영어 직역 탓이 크리라.


틀리게 쓰는 피동문을 살펴보자. 괄호 안의 표현이 옳다. △'하다'를 붙여야 할 곳에 '되다'를 붙인다. '시정되어(해)야 마땅하다' △'하다'로 해야 할 곳에 '되어지다'를 붙인다. '묵은 과제가(를) 해결되어지(하)지 않고는' △'아(어)지다'를 붙여 이중피동을 만든다. '읽혀진(힌)다' △자기 판단이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피동으로 표현한다. '나는 이렇게 판단됩(합)니다' △영어에 '되다'를 붙인다. '기분이 업됐다(올라갔다)' △'하다' 대신 '받다' '당하다' '입었다'를 붙인다. '사사받(하)고 있다' '분실당했다(분실했다)' '부상을 입었다(부상했다)'.

 

어디 보도문에만 피동형이 있겠는가.


은행의 문자메시지. '8월분 이용 대금 청구서가(를) 8월 9일 발송됐(했)습니다'. 통신성서교육원이 보낸 이메일. '문제집은(을) 접수되었(했)습니다. 평가가 끝난 문제집은(을) 오늘 우편 발송됩(합)니다.'

 


[교열부 = 김선동 sdong@mk.co.kr]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 말과 글에 이른바 피동형 문장이 너무 많다는 것. 그래서 말과 글의 주체가 애매하고 소극적, 두리뭉실한 글이 되는 경향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가령 관공서 등의 모든 회의나 모임에서 "회장님의 당부말씀이 있겠습니다", "0월 0시를 기해 전국적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주례선생님의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와 같은 문장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말투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주체가 애매하다.

 

따라서 이런 문장들은 ~하겠습니다. ~를 내렸습니다. ~를 발령했습니다. 등으로 고쳐써야 한다. 그래야 말의 주체가 드러나고 뜻이 분명해진다.

 

이런 소극적인 문장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일이 많은 탓에 그리 된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고쳐써야할 일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우리들은 흔히 "내 생각에는 ~", "~라고 생각됩니다." 등 생각한다라는 말을 너무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영어에 "I think ~ " 문장을 그대로 옮겨 사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적절하지 않게 "~생각된다"라는 어투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피동형 문장이 독재시대의 유산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제국주의의 나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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