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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늙는 한국인

희망연속 2008. 7. 13. 15:32

연예인들 얘기를 할 때면 ‘벌써 30대, 혹은 40대…’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40대의 여가수가 섹시의상을 입고 나서면 그야말로 ‘사건’이 된다. 그 가수 나이가 몇인데… 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한국인들은 남보다 더 일찍 늙는 걸까.

한국의 주연배우들은 모두 젊고 아름답다. 주름살이 있는 여자 아나운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영화 중 50~60대의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세계 정상의 섹시스타 마돈나는 50대다.

 

만약 50대의 한국 여가수가 섹시콘셉트로 활동하려 든다면 그건 사건을 넘어서 ‘엽기’로 볼 게 뻔하다. 미국 텍사스에서 69세의 할머니가 스튜어디스 채용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스튜어디스라는 업무에 나이나 외모 제한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외국항공사를 이용할 때 나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을 본 적이 많다. 그에 비하면 한국항공사의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젊고 아름답다.

연예인이나 특정 직업뿐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은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을 곧잘 하고는 한다. 자신의 꿈이나, 연애, 결혼에 대해서 언급할 때도 ‘지금 내 나이가 얼만데…’하면서 주저하는 모습을 목격할 때가 많다.

 

도대체 누가 나이라는 족쇄를 채워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나이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여성이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나이만 먹었다’며 자조적으로 말하는 걸 들은 적이 많다.

 

어떻게 세월이 흘렀든, 얼마를 살았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될 필요는 없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20대부터 늙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고향에서는 백발의 노인이 스포츠카를 몰거나 암벽등반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내 고향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체력만 허락한다면 사회의 어떤 분야, 어떤 관심사에라도 기꺼이 뛰어들어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노인들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모든 직업군에 일정한 나이의 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신입사원으로서 허락되는 나이, 자리에 어울리는 나이, 특정한 직업에 어울리는 나이 등이다.

 

로비의 안내데스크 등에서 나이가 많은 여성, 혹은 남성이 앉아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일이야말로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다시 언급하지만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나 승무원도 나이와 상관없는 일인 것 같다.

‘이 나이에 이런 옷을 어떻게 입어’라든가, ‘그런 짓을 어떻게 해,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을 들으면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스포츠카를 몰아도 되는 나이, 짧은 스커트를 입을 수 있는 나이, B-boy 댄스를 배울 수 있는 나이…. 나는 궁금하다.

 

도대체 누가, 왜, 나이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을 만들어서 그 모든 것을 막고 제한하는지. 나이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나이는 먹는다.”


<매튜 클레먼트|장안대 교수>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2008. 7.12(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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