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진정한 노후준비는 '오래 일하기' 본문
지금 우리사회는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것이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9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됐다 하더라도 옛날처럼 금리만 높다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 돈을 안전한 은행예금에 넣어놓고 이자를 받아 생활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금리수준으로는 3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봐야 1년 이자수입이 세금 떼고 나면 100만원도 채 안 된다. 3억원을 모으기도 힘든데 모았다 하더라도 안전한 은행예금에서 나오는 금리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경기가 회복되고 설비투자가 늘어서 금리가 약간씩 오르는 일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경제에 혼란이 오지 않는 한, 10%대의 예금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년이 될 지 30년이 될 지 모르는 노후생활에 대해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안심리를 이용해 각종 사기사건이 횡행하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그야말로 재테크 광풍이다. 재산 두 배로 불리기, 세 배로 불리기, 10억 만들기 등등…
그러나 이런 재테크가 과연 가능하겠는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노후생활비가 모자라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늦게까지 일한다.
여기에 젊은 시절에 모아둔 자산을 투자상품에 효율적으로 운용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있느냐가 문제이다.
가끔 퇴직을 한 사람들 앞에서 오래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야, 이친구야 일거리만 줘바. 누가 일을 안 하나?”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노후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1975년 신입직원 시절에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에 파견돼 업무연수를 받은 일이 있다. 당시 일본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중이 현재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9% 정도일 때였다.
그런데 견학코스 중에 주식, 채권을 보관하는 창고 안을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70~80 정도는 됐을 것 같은 할아버지들 수십 명이 둘러앉아서 주식을 세고 있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다들 한 자리씩 했던 분들이라는데, 당시 일본 돈으로 시간당 500엔(약 5,000원)의 아르바이트 수당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내가 머물던 숙소가 비즈니스 호텔이었는데 프론트데스크 근무자가 오후 5시까지는 젊은 아가씨들이지만 5시 넘어서는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교대를 하는 것이었다.
30여년 전에 그 광경을 목격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나이들어서 일을 하려면, 화려하고 권한 있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어떻게 보면 시시한 일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르는 저런 일들을 해야 하는구나’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나이든 사람이 일을 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사회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보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자기 부인이 창피하게 생각할까봐 못하겠다는 남성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민을 가려고 하는가? 아마도 그곳에서는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주특기를 갖는 것이다. 가끔 재취업을 알선해야 할 기회가 있어서 거들다 보면, “그 사람 주특기가 뭐예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일류학교를 나와 능력있는 사원인데도 이 부서, 저 부서 거치다 보니 마땅히 내세울만한 주특기를 갖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런데도 회사 측에서는 “인사부에서 노조담당 10년 이상 경험한 사람”을 구해달라는 식으로 나온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젊은 시절부터 어느 분야에서는 어디 누가 가장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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