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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눈 쌓인 골목길로 택시를 호출하면 생기는 일

희망연속 2025. 2. 9. 11:25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길이 미끄러우면 차 운전하기가 어려우니 택시기사도 많이들 쉬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아침 7시에 택시를 몰고 나갔습니다. 운행을 못할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아침 7시면 아직 깜깜합니다. 마침 콜이 울려 잡았는데,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OO동 OOO번지로 되어 있는 호출지 주소가 골목 깊은 곳이라는 직감이 왔기 때문이죠.

 

아닌게 아니라 차 한대 겨우 다닐만한 골목길이었습니다. 눈은 내리고, 아직 깜깜한데다가 약간 언덕길이기도 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젊은 여성 손님 목소리였습니다.

 

어저씨, 언제 오세요. 출근시간 다 되가니까 빨리 좀 와주세요.

 

아, 예. 그런데 눈이 오고 골목길이니 밑으로 조금만 내려 오시면 안될까요.

 

다른 택시는 잘만 올라 오던데, 알았어요.

 

조금 있으니 골목길을 걸어 내려와 택시에 오르는데 분위가 싸합니다. 어서오세요 인사도 깔아 뭉개더니 빨리 가주세요만 반복하더군요.

 

한 20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고,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해도 무시한 채 내리더니 휭하고 가버립니다.

 

ㅎㅎㅎ, 맞습니다. 누굴 탓할건 아니죠. 택시호출을 수락한건 나 자신이니까요.

 

그러나 대낮도 아니고, 이른 새벽에, 그것도 눈이 오는 좁은 골목길로 택시를 부른다는게 아쉬움은 있습니다.

 

불과 몇 십미터만 내려와도 차 2대가 교차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겨우 차 1대 다니기도 버거운 좁은 골목길로 택시를 호출한다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눈까지 내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농부가 밭을 탓하면 안됩니다. 조심했어야죠.

 

눈이나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는 택시 콜을 수락할 때 더욱 조심했어야 하는데 부주의로 수락한 제 자신을 많이 책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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