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단거리 손님을 기피하는 택시 본문
어제 초저녁, 이태원역 해밀턴 호텔 앞 횡단보도에서 멈춰 서 있는데 앞에 서있는 택시를 타려던 손님이 다시 뒤에 서있는 저에게 와서 순천향 병원 갈 수 있느냐고 물어 봅니다.
순천향 병원은 사실 길 건너에서 타는게 맞긴 합니다. 그렇다고 거부하면 안되니까 사실을 이야기 했더니 그래도 가달라고 하기에 흔쾌히 택시에 타라고 했죠.
녹사평역 앞에서 유턴한 다음 순천향 병원까지 갔습니다. 익숙한 길이고 아주 쉬운 코스죠. 5,200원을 금방 벌었습니다.
말하자면 앞 택시는 방향이 반대편이라고 해서, 길 건너에 가서 타라고 하면서 승차거부를 한 것이죠.
먼 곳까지 가는 손님이었으면 설마 그리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택시기사들은 장거리를 선호합니다. 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죠.
비교가 적절할 지 모르지만 편의점 같은데서 맨날 1,000원, 2,000원 짜리 소액 물건 파는 것 보다야 10,000원, 20,000원 짜리 물건을 팔게 되면 10배 이상의 매출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하지만 택시는 손님을 싣고, 핸들을 돌리고, 도착해서 내려주는 노동경비가 더 들어가게 됩니다. 말하자면 상품을 파는 직업보다는 노동의 강도와 시간이 더 소요되는 직업이죠. 그래서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영업효율을 따져보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행 택시 기본요금이 1.6km당 4,800원이죠. 이에 반해 거리요금은 131m당 100원씩 올라갑니다.
1.6km를 그냥 주행하게 되면 불과 1,200원이 올라 가지만 기본요금은 4,800원이 찍히는 것이. 따라서 기본요금 손님을 자주, 많이 태우게 되면 영업효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문제는 기본요금 손님이 계속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과, 손님이 자주 타고 내리는 것이 또 기사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단거리 손님을 자주 태우는 것이 영업상 효율이 높다는 원칙은 팩트입니다.
따지고보면 요즘 장거리 영업이 효율이 별로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야간에야 10시부터 20%~40% 할증이 추가로 붙으니까 좋지만 주간에는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특히 주간에 장거리 손님이라도 시외나 길이 별로 좋지 않은 손님을 만나면 역효과일 경우도 있습니다. 시내에서 단거리 손님 열심히 태우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되겠죠.
하지만 택시는 손님을 가려 태울 수는 없습니다. 그냥 운에 맡기고 열심히 손님 태우다 보면 매출은 올라간다는 사실, 그 것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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