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광복절 택시영업과 태극기 택시 본문
오늘은 제 79주년 광복절입니다.
일제 36년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우리 민족 최고, 최대의 뜻 깊은 날입니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 만큼은 웬지 우울하고 낭패감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아침 택시영업을 나가기 위해 시동을 켜면서 오늘의 날씨와 시내 중심가 집회 신고현황 등을 체크했습니다.
무슨 1000만 시민 총궐기 벽보가 시내에 많이 걸려 있던데 누가 주도하는 집회인가 했는데, ㅎㅎㅎ, 그러면 그렇지.
오늘은 무조건 시내 중심가를 피하고 외곽으로 돌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출발했습니다만 오전엔 날씨 탓이어서 그런지 거리가 휑했습니다.
여름철은 원래 택시 성수기죠. 손님이 많아야 되는데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유동 인구가 확 감소하여 택시손님도 눈에 띠게 줄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하늘을 원망해야죠.
그래도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지 않고 실내에서 에어컨 마음대로 조절하며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엑셀을 밟았습니다.
오전 10시경, 우연히 효창동을 지나는데 효창공원 뒷편 일방통행 도로가 주차된 차들로 북적였습니다. 바로 광복절 기념식 때문이었죠.
정부 기념행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지만 광복회와 관련 시민단체, 야당 국회의원들이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열고 있었습니다.
비록 직접 참여나 관람은 못했지만 효창공원 옆을 지나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참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니까요.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통령이 누구를 불러 놓고 기념식을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 보도된 기념사를 대충 보니 참 그런 문장 쓰고 읽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걸 기념사라고 발표하고 있나 그래.
명색이 광복절 기념사에 일본이란 단어가 자취를 감췄다는게 말이 됩니까. 팥칼국수라고 하는게 팥은 전혀 없고 맨칼국수를 속여 내놓는 격이죠.
일본에서 조차 한국 대통령 기념사에서 일본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쪽팔리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예전의 대통령들은 다른 어떤 선언이나 연설문 보다 8.15 광복절 기념사를 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몇 달전부터 별도의 팀을 가동하여 수많은 회의를 거쳐 작성했고, 광복절에 발표한 기념사는 대한민국에서 발표하는 묵직한 메세지가 되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오전 10시가 넘어 가면서부터는 택시 앞 대가리를 남쪽 방향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혹시나 시내로 향하는 손님을 안태우고 싶어서 말입니다.
오후 늦게까지도 종로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역, 명동, 을지로, 용산까지 차가 밀리고 있었고, 그 지역을 피해서 마포, 서대문, 은평 쪽에서 영업을 했습니다.
초저녁이 다 되어서야 조금씩 교통정체가 풀리기 시작했고, 열심히 돌아 다닌 끝에 어렵사리 목표액을 채우고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정오 경에 인천공항을 다녀와서 약간 득을 봤죠.
돌아 다니다 보니 뒷 트렁크 위에 태극기를 달고 운행하는 택시들이 더러 눈에 띠던데 광복절을 기념하는 것인지 태극기 집회를 기념하는 것인지 아리송했습니다.
아울러 서울 송파구, 경기 군포시 등 지자체에서는 개인택시와 협조하여 태극기를 달고 거리를 누비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그 지역 지자체장이 전부 국힘당 소속이더라구요.
그렇다해도 설마 태극기 부대 집회 시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이렇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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