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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의 점심값

희망연속 2024. 1. 23. 13:46

아침에 택시운행을 시작하게 되면 일찍 허기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손님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집에서 와이프가 싸준 떡, 삶은 달걀 2개와 귤 1개를 택시 안에서 먹습니다.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점심 식사가 문제인데.
 
기사식당엘 가거나 주차하기 편한 곳을 찾아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이용합니다. 주로 순두부, 된장, 비빔밥 등을 먹고,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했거나 식사 때를 놓쳤을 경우에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할 때도 있습니다. 편의점 비빔밥이나 김밥 등도 많이 퀄리티가 좋아졌죠.
 
며칠 전에는 용산에서 맛집으로 이름 난 단박 왕돈까스 집을 찾았습니다. 주차도 편하고 마침 근방을 지나가던 길이어서.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라 한가할 줄 알았더니 넓은 식당안이 꽉 차있고 몇 명이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식당 메뉴판속 가격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제일 싸고 많이 먹는 돈까스가 11,000원이고 나머지는 12,000원이 넘는 가격.
 
하, 이럴수가.
 
저 가격에 대기타서 사 먹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식사를 포기하고 차를 뺐습니다.
 
 

 
 
제가 기름에 튀긴 음식은 의도적으로 멀리하는데 오늘따라 한번 먹어볼까 했더만.
 
차를 돌려 전자상가 쪽으로 가다가 용인 기흥 콜을 잡아 도착해 손님을 내려주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었더군요. 시장끼가 몰려오는데 눈에 띠는 식당은 없고.
 
마침 앞에 순대국 간판이 보여 들어 갔는데 오잉, 순대국도 11,000원.
 
배가 고파 하는 수없이 점심값으로 11.000원을 쓰고 말았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순대국인데.
 
돌아오면서 굉장히 속이 쓰리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점심 값 11,000원은 우리네 서민가계에 주름살 요인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요즘 왜 이리 물가가 많이 올랐을까. 많은 사람들이 물가가 너무 오른다, 비싸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판입니다. 수입이 늘어나면야 말할게 뭐 있겠습니까만.
 
위에 적은 돈까스 가격도 몇년 전 제가 택시를 시작할 때는 8,000원이었는데 말입니다. 비단 점심 식사비만 올랐겠습니까.
 
오후에는 마침 일본을 자주 오간다는 손님을 태워 물가에 대해 여쭤 봤더니 청산유수로 말을 합니다. 가장 비근한게 편의점 물가인데 한국이 일본에 비해 비싼게 맞다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더군요.
 
도시락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일본 편의점 도시락이 한국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품질도 뛰어나면서 반면에 가격은 더 싸다고 말합니다. 일본돈 500엔(한화 4,500원)이면 가장 비싼 도시락을 사 먹을 수 있다면서 일본 직장인들이나 젊은 층도 점심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도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많이 좋아졌기는 하지만 아직 일본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일본도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야말로 허리 띠 졸라매기가 한창이랍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많이 느껴진다고 하네요.
 
그 손님이 좋은 의미로 말한 것 같기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비해 돈을 덜 아끼고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습니다.
 
뭘 그렇게 궁상맞게 사느냐,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데 그깟 11,000원 짜리 점심 한 그릇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지 않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은 아낄 수 있는 한 아끼는게 옳지 않을까요.
 
점심(點心)이란 문자 그대로 마음에 점을 하나 찍는다는 의미로 아주 간단하게 해결하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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