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반려동물이 부모보다 더 대접받는 세상 본문
얼마 전 택시에서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일을 실제 경험하였습니다.
30대 젊은 여성이 택시에 오르자마자 어디서 걸려온 전화를 받더군요.
"이따가 영희(가명) 병원 데리고 가야 한다. 엄마는 오빠한테 태워달라고 해라.
안된다니까. 영희가 어제 밤 아파서 밥도 안먹고 그래서 병원에 가야 한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따 영희부터 병원 가보고 내가 갈게."
택시손님인 그 여성과 전화로 통화한 사람은 아마 어머니인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몸이 안좋으니 딸더러 픽업해서 병원에 데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딸이 영희가 아프다며 영희 먼저 병원에 가야 한다고 거절하는 대화였죠.
그래서 저는 영희가 딸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 딸이 우선이지. 딸이 아프다는데.
그런데 말이죠, 그 여자손님이 오빠한테 전화를 하더라구요. 오빠한테 전화로 엄마가 아프다는데 아무리 회사일도 중요하지만 신경 좀 써라고 막 뭐라고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큰 소리로.
아마 오빠가 바쁘다고 하면서 니가 좀 해달라고 말하자 이 여자손님이 영희가 아프면 난 못산다고,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제서야 강아지인줄 알았습니다.
말인즉슨, 강아지가 아프니 강아지부터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소리였죠.
하, 이런. 강아지가 1순위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더군요. 부모는 아무리 아파도 강아지에 밀려 2순위 되겠습니다.
이게 실화냐? 자문자답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요.
우리나라 반려동물 숫자가 어느정도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통계청과 농식품부 발표자료가 다 틀리고 주먹구구이죠. 추정하기를 420만~860만 마리 사이일 것이라고 합니다.
전 국민의 20%, 최대 3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하니 3~4가구에 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예상만 할뿐.
동물등록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정착을 못하고 있는 것이죠. 통계가 영 부실합니다. 그러나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틀림없고 갈수록 그 숫자는 늘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택시에는 반드시 캐리어에 들어 있는 반려동물만 태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냥 안고 타거나 하면 승차거부해도 무방합니다.
저는 그러나 어지간하면 그냥 태우고 있는 편인데 반려동물을 택시나 버스에 태우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기사들이 아직 있습니다.
반려동물 숫자가 많아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예절도 준수해야 맞겠죠. 펫티켓이랄까요.
나아가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의가 직접세 방식의 반려동물 세금을 징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 때 견세(犬稅)라고 해서 강아지에게 직접세를 부과했다가 1951년에 폐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에 세금을 직접세로 다시 부과하기는 국민정서상 어려울 것 같고, 일본과 같은 방식의 간접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겠죠.
반려동물 음식, 용품 등에 일정한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식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거둬들인 세금은 특수목적세 형식으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곳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런 세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예절입니다. 키우지 않는 사람도 배려하는 펫티켓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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