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이런 교통정체는 머리에 털나고 처음 본문
9월 26일 화요일 아침 6시,
택시 시동을 걸기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 날씨와 오늘의 여러 행사 등을 점검했습니다. 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고,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오늘 국군의 날 행사가 있군요.
개인택시조합과 다른 동료들이 보내 준 국군의 날 행사와 관련한 교통통제 안내문을 읽어보니 오늘은 어쩐지 예감이 안좋게 느껴졌습니다.
새벽 영업을 마치고 오전에 오산 동생집에 들렀다가 오후에 서울로 향했습니다.
혹시나 손님 있을까 기대 속에 국도 1호선을 타고 수원을 거쳐 오는데 혜화동 서울대 병원 콜이 떴습니다.
오후 시간이니 국군의 날 행사 마무리 타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콜을 수락했습니다.
경기도 인재개발원 부근에서 손님을 픽업하며 사전에 안내를 드렸죠. 국군의 날 행사 관계로 혹시나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그런데 의왕 과천 고속도로를 타고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차량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거북이 보다 느리게 가다서다를 반복했습니다.
손님은 참다 못해 병원으로 수차례 연락해서 진료시간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고, 저는 과천에서 4호선 지하철을 타면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안내까지 해드렸지만 손님은 몸이 불편하니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하시더군요.
이미 진료타임이 늦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빨리 가고자 끼어들기, 차선변경 등 편법을 최대한 사용해 가면서 혜화동 서울대병원까지 무려 2시간 47분이 걸려 어렵사리 도착했고, 요금은 54,700원이 나왔습니다.
밀리지 않았다면 의왕과천고속도로 사당역 동작대교 2호터널을 거쳐서 50분이 채 안걸렸을 것이고, 택시요금 또한 3만원 남짓 나왔을텐데 시간은 3배 이상, 요금은 2만여 원이 더 나왔습니다.
손님에게 미안했습니다.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지만 불가항력이었죠. 손님이 택시요금을 조금 깎아달라고 했으면 선뜻 그렇게 했을텐데 그냥 결제를 하고 내리더군요.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살다 살다 이런 정체는 처음 맛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은 국군의 날 행사 였습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연휴기간 중이라 부득이 날짜를 변경했어야 한다면 왜 굳이 추석 대목으로 정했을까. 대통령 일정이나 다른 사정이 있었을까.
만약에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추석 대목에 행사를 한 것이라면 진짜 대가리가 돌인 넘들이죠. 삼척동자라도 그런건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국군의 날 행사는 왜 그렇게 아날로그틱하게 했는지. 수천명의 군인들과 무기들이 열 지어 시가행진하고 그러는 것은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진짜 후진국형 행사죠.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나 후진국에서 독재자들이 자기존재나 체제 과시형으로 이런 행사를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대열에 끼어야만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국군의 날 행사는 당연히 국군과 국민이 주인이어야 맞는데 제 눈에는 대통령 1인을 위한 행사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행사를 10여년 만에 다시 열게 된 것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 때도 안했던 것이잖습니까.
재정이 펑크났다며 온갖 변명은 다 늘어 놓으면서도 저런 단순무식한 행사에 100억 넘는 예산을 들였고, 그 예산도 부족하다며 기업들에게 행사비를 후원받았다고 하던데 기업들에게 후원을 받는 행위는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죠.
만약에 민주당 정부가 그랬다면 쥐잡듯이 물고 늘어졌을 조중동이 셧더 마우스 하는거 보면 역시나 싶습니다.
제대로 된 인간들이라면 이런 1회성 행사 하지 않고 병사들 후생복지 개선에 돈을 써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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