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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장하 선생

희망연속 2023. 7. 12. 14:17

경남 진주시에서 60여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많은 선행을 베푼 김장하(金章河) 선생.
 
지난 2022년 12월 31일, 금년 1월 1일 이틀에 걸쳐 MBC경남에서 제작 방영한 2부작 다큐 '어른 김장하'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습니다.
 
지방 방송에서 제작한 다큐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금년초 설날에 MBC에서 전국으로 재방송을 했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일하느라 방송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재방송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시청을 했죠.
 
사실은 방영 전에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서 김장하 선생에 관한 보도를 먼저 했는데 그 보도를 접하고 진한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오늘과 같은 혼탁한 시대에 어떻게 이런 분이 있을 수 있지?"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네요.
 
김장하 선생에 관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데에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전 이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칠만한 좋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결벽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선생 때문에 인터뷰 한번 제대로 못하다가 퇴직을 한 후에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취재를 해 나갔고, 그렇게 해서 방송제작은 물론 관련 책까지 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22년 6월 한약방을 폐업하는 날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제가 김장하 선생에 대해서 감동을 받은 점은 다음 3가지 사실 때문입니다.
 
첫째, 선행, 기부 등을 하고도 절대로 전달식을 하지 않고 인터뷰조차 사양한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이 돈을 모아 창간한 진주신문에 월 1,000만원 씩 10년이 넘도록 후원을 하면서도 신문편집 방향에 대해 일언반구 조차 없었고, 그 흔한 인터뷰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또한 많이 베풀었고 나중에 그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찾아뵙고 인사를 하자 "나한테 보답하려 하지 말고 사회에 보답을 해라"는 말도 남겼다고 하죠.
 
한마디로 겸손함의 끝판왕.
 
대개의 사람들이 기부를 하거나 누구를 도울 때에는 사진을 찍거나 언론에 이름 석자 내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김장하 선생과는 비교가 안되죠.

 

사람은 인상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항상 사람의 인상을 중시하고 말과 행동을 살핍니다. 김장하 선생의 인상은 정말 선하고 푸근하지 않습니까. 영혼이 맑은 분.

 

진주시에 있는 남성당 한약방. 지난 22년 6월에 김장하 선생이 고령으로 인해 문을 닫았는데 진주시에서 매입하여 남성당 교육관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둘째, 1984년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1991년에 국가에 무상으로 헌납했다고 합니다.
 
설립 당시 명신고등학교 설립가액이 100억 정도였고, 지금은 2,000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모든 것을 교사들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학교운영에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며, 80년대 후반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해 해직파문이 발생했을 때에는 단 1명의 교사도 해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셋째, 한약방을 경영하여 큰돈을 벌었지만 그 흔한 자동차 한대 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다닌다고 합니다.
 
남성당 한약방 60년 동안 큰돈을 벌어 어려운 이웃을 수도 없이 도왔지만 정작 본인은 한약방 건물에 살면서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를 이용했다고 하니 그 검소함과 소탈함은 다른 이들이 범접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큐 방영 이후 전국으로 이름이 알려진 후 인터뷰에서 많이 불편하고 부담된다는 말씀을 한 김장하 선생

 

'어른 김장하' 다큐를 찍고 난 후에 어렵사리 찍은 사진이랍니다. 김주완 기자, 김현지 PD, 김장하 선생 등

 

노무현 대통령 봉하 묘역에 김장하 선생이 기증한 박석, "희망과 소신으로 이루고자 하신 일 가슴에 새겨둡니다. 김장하 두손 모음"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장하 선생이 올해 우리 연세로 80인데도 다른 또래 인사들과는 달리 민족문제 연구소, 형평 운동, 인권, 남녀 평등 운동 등 우리 사회 부조리, 신분차별, 남녀 차별 문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동안 조용히 후원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해 온데는 그의 겸손함과 선한 마음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 김장하 다큐는 전국적으로 많은 지지와 성원이 뒷따랐고, 심지어 진주에 있는 남성당 한약방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죠.
 
우리는 너무 정이 메마르고 인심이 각박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돈 몇푼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남을 모함하고 짓밟고 그럽니다. 그저 돈, 출세, 권력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는 사회가 되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이에는 이, 총에는 총' 하면서 강하게 나가기 보다는 이와 같은 신선한 프로그램, 좋은 사람, 모범적인 기사 등아 많아져서 선한 영향력이 조용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분의 선한 마음이 우리 사회에 단비가 되어 촉촉히 적셔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한가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연세에 비해 약간 수척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허리도 약간 굽었고 걷는 모습도 어딘가 조금 불편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젊어서 한약방에 사람이 너무 몰리자 일에만 몰두한 탓에 몸 관리에 약간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한약방도 정리했으니 제발 건강 챙기시고 오래오래 사시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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