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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는 아는 길도 물어가면서 운행해야

희망연속 2022. 3. 25. 15:28

택시기사는 길을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기 편하죠.

 

내비게이션이 좋은데 무슨?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올시다 입니다.

 

저도 길눈이 밝은 축에는 속하지 않는 편이라 택시 시작 당시부터 길을 많이 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노력형이랄까요.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고 손님들로 부터 찐빠도 많이 당했죠. ㅎㅎ

 

그런데 얼마 전에 마침내 대형사고(?)를 치고야 말았습니다.

 

발산역에서 손님을 태웠는데 영등포역 후문으로 가달라고 해서 예, 알았습니다. 올림픽대로로 해서 가겠습니다. 큰 소리로 복창하고는 냅다 달렸습니다.

 

영등포역 후문은 잘 아는 곳이고 해서 내비를 켜지 않고 그냥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깜빡 실수를 해서 영등포로터리로 빠져야 하는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대방역 쪽 까지 가서 유턴을 해 노들길로 돌아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손님이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KTX 타야 하는데 늦으면 어떻게 할 셈이냐.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 처음부터 내비를 켜고 운행을 해야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지방에 가는데 늦으면 안된다........

 

제가 거듭 실수했다고 사과하고 부리나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적으로 약 10분 정도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위 지도의 코스처럼 올림픽대로로 오다가 여의하류 IC에서 영등포로터리 방향으로 빠져서 노들로를 타야 하는데 제가 아는 길이라고 방심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길이 덜 막혀서 열차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손님에게 굉장히 미안했고, 수차례 사과와 함께 택시요금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굳이 택시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더니 오히려 팁으로 5천원을 더 주는 것이 아닙니까.

 

손님이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고, 택시기사가 실수를 하는 경우도 몇번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사과를 받아 본 것은 제가 처음이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화를 많이 내서 죄송하고 커피 한잔 사서 드시라는 말과 함께.

 

많이 미안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완전히 저의 실수였음에도 오히려 손님으로 부터 그런 말과 함께 팁을 받게 되다니.

 

몇달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부천에서 여의도 가는 여자손님이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자 여의터널로 가달라고 하더군요.

 

잘됐다 싶어 경인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죠. 

 

어떤 손님은 통행료 2,400원 때문에 그냥 경인고속도로로 가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이 막히잖습니까.

 

그런데 경인고속도로에서 여의터널 입구를 놓쳐버린게 아니었습니까. 공사 때문에 진입로 주변이 혼란한 탓이 크지만 그것은 변명이죠.

 

역시나 여자손님도 언짢아 하는 소리를 몇번 했고, 저는 사과와 함께 택시요금은 절반만 주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날따라 경인고속도로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뚷린 탓에 불과 몇분 정도 늦은 것 같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택시요금 절반 금액을 수기로 입력해서 결제를 하려고 하자 그냥 카드를 찍고 "기사님, 돈 많으세요?" 하고는 내리더군요.

 

여의터널은 개통 후에 한번 다녀 본 경험이 있는데도 실수를 하다니, 이런 된장.

 

아무튼 택시기사는 직업특성상 길을 많이 알아야 영업하기가 유리하고, 또 운행 중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앗차 실수하기 쉬운 업종입니다.

 

만약에 순간적으로 방심해서 길을 잘못 드는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불문하고 손님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게 되면 거의 모든 실수는 이해해 준다는 사실.

 

택시기사는 아는 길도 물어서 가야하고, 매사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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