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호출(콜 영업) 관련한 통일된 지침이 마련돼야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 집앞까지 택시를 부릅니다. 비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때, 그리고 바쁜 용무가 있을 때 카카오나 우티 등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금방 도착합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죠.

 

그런데 그런 문명의 이기를 악용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케이스 1>  택시호출을 받고 손님을 찾아 가서 손님이 안보이면 택시기사는 대개 손님에게 전화를 겁니다. 전화를 받고 손님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서울시에서는 이런 경우 차를 빼면 승차거부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는 서울시에서 승차거부로 규정한 케이스를 승차거부가 아니다라고 결정했습니다. 서울시는 쪽팔리는 줄 알아야 합니다.

 

 

<케이스 2>  출퇴근 바쁜 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어려울 경우에 고의로 목적지를 장거리로 지정해서 호출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서울시에서는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하거나 중도하차 시키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경우 역시 승차거부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시 공무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케이스 3>  택시호출을 받고 좁은 언덕길을 힘들게 한참을 올라 갔더니 손님이 왈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냅니다. 이럴 경우엔 택시기사에게 고마워해야 맞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택시호출지 주소가 OO동으로 뜨면 콜을 안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택시를 좀 하다 보면 OO동 일대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라는 사실을 대개 알게 되니까요.

 

따라서 콜비가 있어야 맞는 것입니다. 콜비도 없는데 누가 그렇게 하려고 하겠습니까. 손님이 아주 없으면 어쩌는 수 없지만.

 

 

<케이스 4>  택시호출을 보면 손님까지의 거리가 20분 가까운 시간까지도 콜을 뿌려 댑니다. 아마 택시호출 경쟁이 붙어 그런 것 같은데, 가령 10분 거리의 호출을 받고 이동하던 중에 손님이 취소하는 사례도 자주 있습니다.

 

콜 취소를 남발하는 손님에 대한 어떠한 페널티도 현재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손님이 회개라도 해서 취소를 안하게 될까요?  그 손해는 택시기사가 뒤집어 쓸 수밖엔 없습니다. 

 

 

택시호출 앱이 등장한 것이 2016년 초. 그동안 택시시장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안방에서 택시를 불러서 타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고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많습니다.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해서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는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는 택시호출과 관련한 어떤 구체적인 제도나 지침은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택시호출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지침을 만들어야만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택시호출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택시 호출비(콜비)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택시호출비는 주간 1,000원, 야간 2,000원으로 서울시 고시로 규정되어 있지만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택시 호출비는 규정액이 없습니다. 지난번 개정된 운수사업법에 플랫폼 택시는 신고제로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번에 카카오가 콜비를 스마트호출비란 명목으로 최대 5,000원까지 받겠다고 했다가 여론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었죠.

 

현재 정해진 호출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는 택시기사에게 호출비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고 대신 그들이 정한 스마트호출비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죠. 그래서 택시기사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해진 겨우 1~2,000원의 콜비도 못받게 하는데 누가, 어떤 택시기사가 골목길, 먼길을 찾아 가려고 하겠습니까. 택시손님이나 카카오나 택시기사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일이죠.

 

 

둘째, 택시호출과 관련한 승차거부 문제가 정리돼야 합니다.

 

위에 적어 놓은 택시호출 후 손님대기 시간, 호출 목적지 허위 변경 등으로 택시기사에게 승차거부 책임을 물었다가 국민권익위에서 승차거부가 아니다란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하루속히 통일된 지침을 만들어 발표해야 합니다. 지금 호출 앱이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손발 놓고 있습니까.

 

 

셋째, 택시호출 앱에 목적지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카카오에서는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는 목적지가 나타나지 않고 카카오 앱을 사용하는 일반 택시호출에만 목적지가 나타나게 하는 2중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티, 온다콜 등은 목적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목적지가 보이면 택시기사는 고를 수밖엔 없죠. 택시기사 탓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장거리 목적지를 고르는 것은 본능이니까요.

 

목적지가 보이지 않게 해야 공평합니다. 택시기사들은 당연히 손님과의 거리가 가까운 거리의 콜을 우선적으로 수락하여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콜비는 받도록 해야죠.

 

 

 

제가 서울 택시기사로 6년을 훨씬 넘게 일해 오면서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만 택시호출과 관련해서는 갈수록 실망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평균 8건 정도 콜을 받고 있는데 가장 아쉬운 점이 손님 주소지까지 찾아 갔는데도 늦게 나오거나 취소를 남발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손님은 내가 돈내고 택시 부르는데 좀 늦게 나가던 말던 뭔 상관? 호출한 택시가 늦게 오면 다른 택시 잡아 타고 가면 되지 않냐고 말하겠지만 현재의 택시요금 생각하면 한심한 일입니다. 

 

현재의 택시요금, 택시업계 형편으로는 그런 저런 사정을 다 배려할 정도로 한가한 편이 못됩니다.

 

택시 콜영업도 영업이지만 그보다 앞서 인간으로서의 기본 매너 차원 아니겠습니까. 이 것은 택시손님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