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서울 심야에 택시가 부족한 진짜 이유 본문
서울 심야시간대에 택시가 부족해서 시민들이 아우성이라고 최근 며칠간 신문, TV 등에 자주 보도되었습니다.
누구는 2시간을 기다려서야 택시를 잡아 탔다고, 심야에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호들갑을 떠는 기사도 났더군요.
택시기사들이 길거리 손님은 태우지 않고 뒷골목에서 스마트폰으로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이른바 신종 승차거부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며 택시와 관계 당국을 성토하는 글도 보았습니다.
심지어 타다나 우버를 금지한 택시때문에 이렇게 된게 아니냐고 하는 전혀 엉뚱한 기사까지 나오더라구요.
웬지 좀 떨떠름합니다.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하구요.
서울 택시기사의 한사람인 제 입장에서 볼 때엔 뭔가 많이 과장된, 자극적인 보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유별난 데가 있긴 하죠. 팩트에 입각해서 그 원인과 대책을 심층취재해야 하는 데도 당장 사람들의 관심만 끌어 당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게 우리 언론 아니겠습니까.
사실 심야 시간대 택시부족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구대비 택시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택시잡기가 가장 쉬운 나라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서 심야 특정시간대에 극히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택시가 부족해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 호들갑?
11월 1일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때문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습니다.
코로나 땜시 거의 2년 가까이 영업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밤문화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었잖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밤문화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욕구가 위드 코로나와 함께 한꺼번에 분출되었고, 그 것은 심야 택시부족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고, 조금 있으면 잠잠해질 일인데도 그렇게 난리 부르스라니.
진정한 언론이라면 보다 심층적인 이유를 캐서 그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합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 유독 택시문제에 비판적인 이유가 따로 있는데, 그것은 기자들이 야간 근무를 많이 하는 영향으로 밤 근무를 마치고, 술 한잔 걸친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하는 타임에 택시잡기가 힘이 드니 그런 옐로우성 기사를 남발한다는 말도 누군가 하더군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물론 낮에 그렇게 많이 보이는 택시가 심야 시간 대에 보기 힘들어지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겠죠.
야간에 운행을 해도 주간에 비해 특별히 수입은 나은 것도 없고, 오히려 취객과의 마찰이나 안전위험은 높은 탓에 야간운전을 기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밤에 굳이 운전을 해야 할 메리트가 없는 것이죠.
위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택시는 야간에는 일을 안하고 대부분이 주간에 일을 합니다.
서울은 개인택시가 5만대로 법인택시 2만 여대에 비해 배가 넘습니다.
서울시에서 심야 운행택시를 늘리기 위해 택시 3부제를 연말까지 야간시간대에 한해서 해제한다고 발표했죠.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기는 하지만 잘된 일입니다. 그러나 효과는 별로일 겁니다. 택시 3부제로 하루 쉬는 차량이 13,000대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야간에 운행하는 차량은 20%가 채 안될겁니다. 잘해야 약 1,500대 정도가 더 운행할까요.
게다가 법인택시는 코로나로 인해 2019년말 30,527명에서 금년 8월 20,955명으로 기사숫자가 무려 30.4%가 감소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개인택시 역시 코로나 전에 비해 야간 운행 대수가 줄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 대책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죠.
3부제를 임시 해제한다느니 어쩌니, 택시박람회를 열어 법인택시 기사를 모집한다느니 하는 말초적인 대책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겁니다.
밤에 택시운행을 하는 것이 돈벌이가 되도록 해주면 되는겁니다.
돈벌이가 되면 야간에 일을 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말려도 돈벌려고 차를 끌고 나올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코로나 이후에 폭증한 오토바이 배달이 누가 하라고 시켜서 그리 된 것일까요. 돈이 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를 점령해버리지 않았습니까.
오토바이 배달은 커피 한잔을 배달해도 배달료가 4천 원이 넘습니다. 이에 반해 택시는 3,800원. 게다가 4명이 함께 타도 똑 같습니다. 4명이 타서 따로 따로 내려 줘도 3,800원 입니다.
콜을 받고 골목길을 굽이 굽이 돌아 손님을 찾아 가서 전화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나오는 손님을 태워 겨우 기본요금 3,800원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별도의 콜비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술취한 진상들 한번 뻗거나 구토라도 해버리면 그날 영업은 도로아미타불입니다.
그러니 누가 그것도 심야에 운행을 하려고 나오겠습니까.
우선적으로 택시요금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택시 기본요금을 당장이라도 올려야 합니다. 최하 4,500원에서 5,000원 까지는 돼야죠.
그러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 어쩌고 반발이 심할테니 먼저 요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인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택시를 1명이나 4명이 타나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따라서 3명 이상 타면 2,000원 정도 더 받는다든지 하고, 승하차 시 경유지 1곳에 1,000원을 더 받는다면 어떨까요. 외국의 경우 당연히 손님 숫자에 따라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콜비 역시 현재 주간 1,000원, 야간 2,000원으로 규정되어 있고, 최고 5,000원 까지 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들이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것 역시 매무 불합리한 것이죠. 몇 km를 태우러 가서 한참을 기다려 손님을 태우고도 전혀 댓가가 없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막걸리인지.
얼마 전에 카카오에서 스마트 호출 수수료를 최대 5천 원까지 인상하려고 했다가 취소했었는데 호출 수수료에 대해 일정한 룰을 정확히 발표하지 않은 이유가 컸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는 메리트를 늘린다면 시민들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야간 할증료를 올려야 합니다. 심야시간에 택시가 부족해서 난리인데도 밤 12시에서 새벽 4시까지 20% 할증을 적용하는 경우는 형평성이 결여된 것입니다. 일본처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할증 30%로 올려야 합니다.
그 밖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되는 각종 혜택, 즉, 통신비, 카드수수료, 유가 보조금 등에서 주간보다 야간 근무자를 더 지원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택시 운행여건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판에 택시도 대중교통의 한축이라며 공익성만을 부각하면서 택시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택시기사와 택시회사의 돈벌이가 개선되면 해결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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