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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 장거리 운행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희망연속 2021. 9. 17. 12:24

택시기사 대부분은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죠.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면 힘도 덜들고 좋기는 하지만 돈이 안됩니다. 물론 단거리 손님이 계속 이어만 준다면 괜찮겠지만요.

 

3,800원 기본손님 10명을 태워봐야 38,000원. 손님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탓일까, 코로나로 인해 손님 구경하기가 어려워진 요즘같은 때에도 장거리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호텔, 인천공항에서 하염없이 줄타기 하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손님을 가리지 않고 태우는 체질인 저 역시 솔직히 속마음은 장거리가 좋다는 거죠. 그러나 그게 제 맘대로 되는게 아니어서.

 

저 남쪽끝에 있는 곳이나 강원도 이런 데를 갔다 왔다고 자랑하는 기사들의 무용담(?)을 들으면 언제쯤이나 나도 초장거리 지역을 한번 갔다 오나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장거리는 아무래도 교통편이 곤란해지는 한밤중에 나올 확률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주간 중심으로 일하는 저와 같은 유형은 확률이 적죠.

 

대개 수도권 밖에 있는 지역을 장거리로 치는데 저의 경우 택시 6년을 넘게 하는 동안 충북 청주 1회, 충남 천안 2회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저녁, 영업을 마감하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는데 잠실에서 30대 후반 남자손님이 차를 세우더니 충남 공주를 가자고 합니다.

 

사실 몸은 피곤했지만 모처럼 찾아 온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서 선뜻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해보니 약 14만 원. 선금을 달라고 할까 하다가 말끔한 신사복 차림의 손님행색을 믿고 일단 엑셀을 밟았습니다.

 

장거리 손님은 선불을 받고 가는 것이 후환이 없습니다.

 

145Km, 약 2시간 후 공주시에 도착하니 136,400원이 나왔습니다.

 

 

 

물론 시외할증 20%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통행료 7,600원은 별도로 계산했습니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서 요금을 받고 보니 괜히 왔구나 싶었습니다. 밤 운전으로 몸이 피곤한 것에 비해 요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서울 올라 가야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지더군요.

 

옛날 같으면 시외운행은 거의 손님과 협의해서 금액을 정하고 출발했다더군요. 말하자면 미터기 요금보다 더 받는 게 관행이었지만 요즘엔 까딱 잘못하면 부당요금 징수로 곤욕을 치를 수가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미터기 요금만 받았구요.

 

돌아오는 길에 수원 근방에서 서울 오는 손님을 태운 게 그나마 행운이었습니다. 한밤중이라 그냥 귀가할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번 국도로 갈아탔다가 용케도 손님을 태웠으니까요.

 

역시 택시는 운수업.

 

마감을 하고 보니 일일 수입 380,000원, 운행 거리 548.2km.

 

 

 

택시영업 6년 3개월만에 신기록을 세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같은 약골은 장거리 운행, 특히 심야 장거리는 가급적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택시기사마다 스타일도 당연히 틀리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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