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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택시기사는 레알(REAL) 감정노동자

희망연속 2021. 8. 21. 14:51

 

택시기사는 3D업종이라고들 합니다. 택시기사가 손님으로 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그로 인해 사망한 경우도 뉴스에 등장하곤 하죠. 뭐 술취해서 주정부리거나 돈 안내고 튀는 손님도 종종 있구요. 진짜 이해하기 힘든 손님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즉, 택시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육체적인 것도 있고, 수입 부분도 있겠지만, 아마 손님들과의 갈등, 횡포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택시만 그런 것은 아니죠.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은 어김없이 고객의 횡포, 갑질, 진상 손님 등과 관련한 소식이 곧잘 등장하곤 하죠. 세상이 그렇게 변해 버렸습니다.

 

요즘엔 고객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일컬어 감정노동자라고 하더군요.

 

감정노동자?

 

먼저 감정노동이 많다는 직업군을 찾아 보았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2016년에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인데, 글쎄요 제가 보기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항공기 객실 승무원(스튜어디스)이 1등? 비행기 손님이 갑질을 해서 그러겠지만 1등은 좀.

 

아나운서 및 리포터, 마술사, 치과의사, 경찰관, 약사까지 상위에 랭크된 게 선뜻 이해가 안되네요. 물론 객관적인 조사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택시기사를 비롯한 운수업 종사자는 빠졌군요. 지금 조사를 다시 한다면 결과는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보기엔 택시기사는 감정노동자 맞습니다. 레알(real).

 

제가 택시를 시작할 당시 주변 동료, 선배들로 부터 간과 쓸개는 전당포에 맡겨 두고 근무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심도 맡기고 할까요 하고 농담아닌 농담도 하곤 했었죠.

 

사실 저의 경우는 직장생활하면서 많은 민원인을 상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손님 스트레스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할까요. 

 

사람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사람들의 행태, 마음, 말씨 등등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사람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다. 좋은 손님이 있으면 나쁜 손님도 있는게 세상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무난히 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이 좋다고 해야 되겠지요.

 

물론 제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할까요.

 

우선, 손님이 택시에 오를 때 제가 먼저 인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제 목소리가 큰편에 속하는데 손님이 타게 되면 반드시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를 먼저 외칩니다. 물론 손님이 내릴 때도 마찬가지구요.

 

손님이 목적지를 말하면 제가 다시 또렷한 목소리로 복창을 합니다. 재차 확인을 하는 것이죠.

 

이러면 확실히 분위기랄까 이런게 좋은 면으로 바뀌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택시기사가 큰 소리로 인사하고 복창하는데 이를 싫어할 손님은 없겠지요.

 

다음은, 손님과 갈등을 불러 오거나 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님에게 반말을 하거나 먼저 말을 걸거나 하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해도 택시기사에겐 소중한 고객이잖습니까.

 

제가 택시일을 하기 전에 손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택시기사 유형으로 반말을 하는 기사가 으뜸, 그 다음으로 나이를 비롯해 신상에 관해 물어 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묵언택시(默言TAXI)가 있다고 합니다. 기사가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택시죠. 우리나라에도 '고요택시'가 나올 예정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실제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택시안에 항상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KBS 1라디오 클래식 채널(93.1Mhz)를 주로 틀어 놓고 시간대에 따라 MBC 음악 FM(93.9Mhz) 두 채널을 약하게 해서 틉니다. 클래식 음악을 아주 조용히, 잔잔하게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라디오 뉴스나 다른 음악을 듣는 것은 글쎄요, 제 생각엔 별로인 것 같더라구요.

 

아참, 이건 여담이지만, 택시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태우니 마니, 싸우고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보기도 했지만 저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마스크를 택시에 비치하고 있다가 마스크 쓰지 않고 타는 손님에게 그냥 서비스로 드리면 되는 겁니다. 요즘 마스크 싸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지만 깜빡 잊고 외출할 때가 있잖아요. 택시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지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탑승한 손님은 딱 7명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서비스라며 마스크를 그냥 드렸고, 어떤 손님은 마스크 값이라며 한사코 Tip을 주고 간 손님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아저씨, 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하나 주세요. 깜빡 잊고 안차고 나왔어요." 하고 당당히(?)요구하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까짓거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손님과의 갈등이 전부 해소될 수는 없고, 진상 손님이 다 없어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택시기사의 입장에서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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