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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자식이 주는 용돈도 안받는다는 93세 택시손님

희망연속 2021. 6. 10. 15:05

택시 일을 하면서 보고 배운 게 참 많습니다. 좋은 일 궂은 일도 많이 겪었구요.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택시만 한게 있겠습니까. ㅎㅎ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 장수에 관한 소중한 체험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평소에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점도 있기는 하지만 택시를 하면서 더욱 실감을 하고 있으니까요.
 
택시 6년 동안 모신 손님 중에 최고령은 96세 어르신이었습니다. 두분 모셨죠. 정확히 기억합니다. 95세 손님도 계셨구요.
 
며칠 전에는 93세 여자 어르신 손님을 모셨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이라고 하기조차 머뭇거려질 정도로 활기차고 넉넉한 분위기가  풍기는 손님이었습니다.
 
서대문에서 중구 오장동 냉면집에 가시는 손님이었는데 이것 저것 말씀을 먼저 하시더군요. 현재 93세 이신데 90세 까지 운전을 하셨다고 합니다. 자식들이 하도 말려서 3년 전에 자동차를 처분하셨다는군요.
 
놀랠 노자 아닌가요. 90세까지 운전을 하다니.
 
지금도 운전을 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외출할 때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귀찮고, 잘 잡히지도 않고, 그러니까 승용차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십니다.
 
수십 년을 사귄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한달에 한번씩 점심을 같이 하기 위해 식당에 가는 길이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15~6명 모임을 같이 했는데 지금은 4명 남았다고 합니다. 다들 저 세상으로 먼저 가고 병원에 있는 친구도 있다고.
 
제가 원래 그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지라 건강관리나 생활습관이 어떤지 많이 여쭸습니다. 그랬더니 무엇보다도 부지런하고 자립심이 강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집안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운동량도 상당히 되고, 자식이나 며느리에 의존하지 않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혼자 다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아들이 둘이어서 며느리가 반찬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거절한답니다. 입맛에 맞는 빈찬가게에서 사 드시거나 간단한 것은 직접 해 드신다면서. 다른 어르신들은 반찬 안해온다고 자식, 며느리 타박 많이 하는데. 참.
 
그리고 아들 며느리로 부터 용돈을 받으면 돈 문제로 약점이 잡혀 별로 좋은 것이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당신은 용돈을 절대 안받으신다고도 하십니다.
 
친구들이 치매를 많이 앓고 있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 지금도 집에서 피아노를 열심히 치고 있고, 악보나 노래 등을 기억해서 치니 두뇌활동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90세까지 운전을 하실 때에도 머리를 쓰기 위해 일부러 내비게이션을 잘 보지 않고 운전을 할 정도였답니다.
 
그 분은 93세라는 연세에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매사에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자식들 눈치 안볼려고 용돈조차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립심, 책임감 같은 것도 굉장히 강하신 것 같았구요.
 
제가 받은 가장 큰 느낌은 정말 부지런하고 자립심이 강하신 분이다 하는 것이었죠. 물론 말투에서도 뭐랄까, 넉넉함이랄까, 매사에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경제적 여유까지야 알길이 없지만 참 넉넉한 분이구나, 마음의 여유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택시에서 대화를 나눈 시간은 불과 20여분 정도,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많은 것을 또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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