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소멸시효 연장이 되기를

동생이 사망한 지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평생을 건설현장으로 떠돌아 다니다 환갑 나이 직전에 세상을 등진 동생이 생각 날 때면 그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엘 자주 찾아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생이 다시 살아 돌아 올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에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동생의 퇴직공제금과 관련한 통지를 받았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금?

 

약간은 낯설은 느낌이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일용·임시직 건설근로자가 퇴직공제 가입 건설현장에서 근로하면 건설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납부하고 해당 근로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할 때 공제회가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라고 나와 있더군요.

 

단, 1년(252일) 이상 적립하고 건설업에서 퇴직 사망하거나 만 60세에 이른 경우, 또는 252일 미만으로 사망하거나 만 65세에 이른 경우에 적립금액에 이자를 더해 지급됩니다.

 

말하자면 건설현장 근로자의 퇴직금인데 건설업의 사정 상 아직 완벽한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생이 2016년. 3월에 사망하였으니 청구 소멸시효가 5년이어서 건설근로자 공제회에서 유족을 찾아 이번에 연락을 해 온 것이죠.

 

우선, 건설근로자 공제회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설근로자 신원을 일일이 조회하여 가족에게 연락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동생은 결혼을 안해 직계 가족이 없고, 부모님 역시 돌아가셔서 마지막으로 형제에게 청구자격이 돌아 왔지만 형제는 동생의 사망 당시 19세 미만이고 주민등록을 같이 하고 있어야만 청구 자격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생과 함께 살았던 막내 동생이 장애인으로서 다행히 수급자격이 된다고 해 관련 서류를 제출했더니 며칠 후에 이자와 함께 통장으로 공제 퇴직금이 입금되었습니다.

 

퇴직공제금 몇백만 원은 사실 많은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생이 우리에게 남긴 돈이라 생각하니 또 한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평생을 고생만 하며 돈을 벌어 부모님과 장애인 막내 동생을 위해 쓰기만 했지 자신을 위해 쓴 것은 거의 없었으니 더욱 안타깝다는 마음 뿐입니다.

 

건설근로자 퇴직금을 적립하고 퇴직하거나 해서 청구자격이 있는데도 알지 못해 수령하지 못하는 금액이 한해에 1,500명에 20억 원, 그리고 최근 5년 동안 133억 원이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건설현장에서 공제금을 적립할 때 사업주가 납부를 하고 근로자는 납부를 안하는 탓에 잘 모르고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대부분 임시직으로 신분과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 많은 만큼 청구권 소멸시효가 현행 5년에서 좀 더 연장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현재 청구 소멸시효 현행 5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