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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본 드라마 '상도'

희망연속 2020. 5. 22. 12:06

MBC 역사드라마 상도를 다시 봤습니다.
 
상도 방영 시기가 2001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이니 족히 20년이 지났죠. 상도가 방영될 때 와이프는 SBS 여인천하를 보고 있었고 나중에는 KBS 겨울연가를 보더군요.
 
저는 궁중암투나 사랑타령 따위엔 별 관심이 없어서 거실에 있던 큰 TV는 와이프에게 양보하고 안방에 있던 낡은 구닥다리 TV로 혼자 상도를 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당시에도 아주 흥미진진해서 50부작 중 거의 빠짐없이 다 보았었죠.
 
20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다시 상도가 기억나 한달 8천원하는 드라마 다시보기를 2달 끊어서 노트북으로 열심히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재미났습니다. 20년만에 다시 본드라마가 이리도 감동을 줄수가.
 
이런 훌륭한 드라마가 당시에 여인천하와 겨울연가에 밀려 시청율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임상옥은 조선 후기 순조 때 평안도 의주 만상 상인으로서 청국과의 인삼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가난한 백성을 구휼하는데 앞장 선 훌륭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순조 임금은 임상옥을 태천현감, 곽산군수, 구성부사에 까지 이르는 높은 벼슬을 내리지만 주변에 시기하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하니까 임상옥은 벼슬을 버리고 본연의 상인으로 돌아옵니다.
 
조선시대 때 사농공상 하면서 장사치들을 얼마나 천대했었습니까. 그런데도 왕 순조는 그를 높게 대우하고 관직을 제수했지만 주변에 있는 인간들은 뻔하지 않겠습니까. 감히 장사치 주제에 벼슬이라니 하면서 음해했겠죠.
 
 

상도는 임상옥역을 맡은 탤런트 이재룡의 인생작이라 부를만합니다. 연기도 준수했지만 중후한 목소리가 아주 일품이었는데 실제 성우 출신이라 하더군요.
 
또 극의 특성상 중국어 대사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중국어 외우는데 애먹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재룡의 발음은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미녀 탤런트인 유호정의 남편이라더군요. 장가를 아주 잘간 듯.
 
 

임상옥을 거부로 만든 결정적 계기가 바로 이 장면입니다.
 
인삼무역 차 연경에 간 임상옥은 기각에서 어느 여인을 구출해주는데 그 여인이 바로 장미령. 나중에 연경 제일 부자의 정실부인이 됐고 은인 임상옥을 어렵사리 찾아 거금을 지원해줍니다.
 
 

연경에서 청국상인들의 담합으로 인삼을 제값 받기가 어려워지자 임상옥은 실제로 장작불을 피워 인삼을 불에 태워버립니다.
 
이에 놀란 청국상인들이 두손을 들자 임상옥은 제대로된 값에 인삼을 처분하게 되었고, 결국 조선 제일의 부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청국에서는 당시 조선 인삼을 만병 통치약쯤으로 여겼다고 하더군요.
 
역시 매사에 배짱이 두둑해야 성공할 수 있나 봅니다. 
 
 

상도를 보는 중에 가장 감탄한 연기자가 바로 송상 박다녕역을 맡은 김현주.
 
상도에 출연할 당시는 김현주가 신인을 이제 막 벗은 연기자 수준이었을텐데 정말 감정 연기를 잘하더군요. 탤런트를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청나라 복장을 한 김현주. 너무 예쁘게 나옵니다.
 

김현주는 상도 출연이 힘들어서 중도에 그만둘까도 많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도 촬영기간이 추운 겨울이었으니 촬영 내내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현주 연기 정말 잘하더군요.
 
 

송상 대방 박주명으로 나오는 이순재. 카리스마 연기가 일품.
 
 

만상 도방 홍득주 역의 박인환.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고, 악덕상인을 대표하는 박주명(이순재 역)과 대비됩니다. 임상옥을 큰 인물로 키워주는 스승 역할을 했죠.
 
 

송상 행수역의 정호근. 악역을 도맡아 열연했는데 지금은 무당이 되었다고.
 
 

본래 만상 홍득주 밑에 있었으나 야심이 커 만상을 배신하고 송상 박주명 밑으로 들어갔다가 후에 박주명 까지 쫓아내고 송상 대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망하고 비극적인 자살로 끝맺음. 역시 욕심을 너무 내면 안된다는 게 세상의 이치.
 
 

만상 본전 대행수 김두관역을 맡은 정명환. 묵직하고 충심있는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허삼보역을 맡은 이희도. 같은 만상의 이계인과 함께 약방에 감초같은 재미를 선사해주죠.
 
 

 

송상 대행수 황대호 역의 맹상훈. 송상 대방 박주명과 특히 박다녕(김현주)에 대한 충성심을 잘 연기해 냈습니다.
 
 

채연역을 맡은 김유미. 단아한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춤도 잘추고 말도 어찌 그리 공손하고 이쁘게 하는지.
 
 

임상옥의 부인역을 맡은 만상 도방 홍득주의 여식 미금역의 홍은희.
 
처음엔 정치수를 좋아했지만 그의 배신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 임상옥의 처가 되는데 어머니 김자옥과는 달리 아버지 홍득주를 닮아 참하고 영리한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지금은 탤런트 유준상의 처라고 하죠.
 
 
 
그리고 상도 출연진 중에서 20여년이 지난 지금 고인이 된 분들이 제법 보입니다.
 
좋은 연기를 보여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만상 도방 홍득주의 배우자이자 임상옥의 처인 미금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자옥.
 
2014년에 지병인 대장암이 악화되어 63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상도에 출연할 때가 50세 전후였군요.
 
 

만상 대행수 역을 맡아 약방에 감초같은 연기를 펼친 신국. 지병으로 2020년 7월에 72세를 일기로 타계하셨군요.
 
 

이 분은 사극, 멜로물 등 모든 분야에서 중후한 연기를 선보인 송재호.
 
상도에서는 초반부에 임상옥의 아버지 임봉핵 역을 맡아 역모의 누명을 쓰고 참수당하고 마는데요. 많은 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중후한 역할을 펼친 중견배우인 그는 83세를 일기로 2020년 11월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홀트 아동복지회 등 평소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가운데 노란 한복차림의 윤석오.
 
송상 대방의 한사람으로 나오지만 큰 역할은 아니었습니다. 드라마 한지붕세가족에서 복덕방 주인이자 통장 역할을 맡아 잘 알려진 배우인데 2020년 4월 73세를 일기로 지병이 악화되어 타계했다고 합니다.
 
말년엔 정치를 했다고 하죠. 서울 구로구, 금천구의회 의원을 지냈다는군요.
 
 

 
그러다가 우연히 찾아보니 상도 OST가 제게 있더군요. 주제 음악이 좋아서 OST를 구매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상도 주제음악 역시 감동적이란 생각.
 
명품 드라마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요. 20년 후에 다시 봐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드라마.
 
알고보니 MBC 창사 40주년 기념으로 상도를 기획했고 드라마 허준으로 최고의 위치에 있던 이병훈 PD가 기획, 연출을 맡아 큰 기대리에 방영을 했는데 생각만큼 시청율이 나오지 않자 내부적으로 갈등이 발생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최완규 작가가 40회까지만 대본을 쓰고 나머지 10회분은 다른 작가가 대본을 썼다는군요.
 
그 탓인지는 몰라도 상도 후반부는 약간 느슨한 구석이 있습니다. 홍경래를 토벌할 때 관군과 혁명군의 전투장면은 어찌 그리 엉성한지.
 
후에 이병훈 PD는 제작한 드라마 중 가장 아쉬운 드라마로 상도를 꼽았더군요. 제일 정성을 들인 드라마였는데 의외로 시청율 때문에 고전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여인천하보다는 상도를 훨씬 더 많이 이야기 합니다. 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죠.

 

상도 드라마는 요즘같은 시기에 특히 많은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의 바르기는 저울과 같다'는 교훈은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귀는 원래 임상옥(林尙沃)의 가포집(稼圃集)에 나오는 데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하고,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멸을 맞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상옥이 평생 장사를 하면서 깨우친 철학이 집약되어 있는 글귀입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상도를 다시한번 볼 수 있을까요?
 
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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