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의 매력, 택시업의 묘미, 택시기사의 행복 본문
4년전, 택시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영업을 마치고 사납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어떤 기사분이 제가 신입인줄 알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작년에 개인택시를 팔고 음식점을 열었는데 어느정도 자리가 잡혀 와이프와 아들에게 맡기고 다시 택시를 하기로 했다. 택시일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짜릿한 재미가 있어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죠. 그러다가 그 재미라는 것이 의외의 손님이 탈 경우, 손님연결이 기막히게 될 경우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터져줄 때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저 역시 택시일이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남들은 잘 이해를 못하겠죠.
어제, 오전에 이상하게 손님이 안붙더군요. 거의 최악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냥 오후엔 잘 되겠지하고 신사동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막 나오는 순간 김포 양촌읍 콜을 받았습니다. 50km. 김포는 올림픽대로로 주욱 가기만 하면 됩니다. 코스도 좋고 별로 막히지도 않을 시간대였습니다.
양촌읍은 김포 끝자락에 위치한 탓에 올 땐 좋았지만 돌아갈 게 살짝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손님을 내려주고 얼마 안있어서 청담동 콜이 터지는 겁니다. 세상에. 거기서 강남가는 손님이 탈 줄이야. 48km. 약 2시간 운행하고 85,000원 가량을 벌었습니다.
바로 이 맛이야.
이상하게 저는 이런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택시의 묘미라 할만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자주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죠. 그러나 잊어버릴만 하면 터져주니 그 것 또한 매력입니다.
신촌에서 경기도 오산에 도착해 잠깐 쉬고 서울로 돌아갈 참에 어떤 손님이 창문을 두드리더니 부천행, 그리고 부천에서 송파구 문정동 손이 타서 순식간에 사납금을 채웠던 적도 있었고,
이른 새벽, 인천 남동공단을 갔다가 편의점에서 커피한잔 마시고 나오는데 깜깜한 곳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어 서울 관악구 가자고 하던 것도 기억납니다.
택시가 투입되는 노동력(input)에 비해 산출물(output)이 적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의외의 손님이 탈 때 느끼는 매력은 택시업의 큰 메리트입니다.
누구는 그러더군요, 그래봐야 돈 몇만 원밖에 더되나?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작은 데서 오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부류에 속합니다.
돈의 크기보다 더욱 큰 것이 따로 있을수도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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