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청년 택시기사에게 사납금을 깎아 준다고? 본문
제가 3년간 다녔던 택시회사는 40대 초반의 기사가 가장 나이가 어렸습니다. 거의 어린이 수준(?)으로 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32세된 청년이 새로 들어 왔는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수 밖에요.
그러나 주변에서는 환영보다는 만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지금도 계속 다니는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서울 택시기사 중 20~30대 기사는 불과 550명 선(0.7%)에 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금년부터 서울 법인택시 회사에 청년들이 지원하게 되면 1년간 사납금을 깎아준다고 합니다.
내용인즉, 25세~35세 청년이 법인택시에 취업할 경우 처음 4개월은 사납금에서 3만원을, 다음 4개월은 2만원, 그리고 마지막 4개월은 1만원을 깎아준다고 합니다. 법인택시 하루 사납금은 평균 12만 5천원~15만원 정도 됩니다.
말하자면 입사후 1년을 적응기로 보고 사납금 부담을 덜어서 무사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1년이 지나면 월 3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청년취업을 유도하고, 법인택시 기사 충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미안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별무소용일 것 같습니다.
우선, 청년들을 너무 얕잡아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취업을 유도한다고는 하지만 한 달에 몇 십만원도 아니고 기껏 몇 만원 혜택보자고 청년들이 택시회사에 눈길을 돌릴까요? 청년 취업이 잘 안된다고 우습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소비성향이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높고, 돈도 더 잘 법니다. 마땅한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렇지.
그깟 푼돈 지원해 줄테니 택시해라?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둘째, 타겟이 잘못 맞춰졌습니다.
청년들이 택시하면 안됩니다. 일본엔 대졸청년들이 택시기사 많이 한다고요? 그럼 일본은 택시회사에 운영경비의 30~40%까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하시는 말씀? 우리나라는 현 실정에선 청년들의 택시기사 취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노동 저임금의 전형이 택시이고 비전이 없으니까요.
청년보다는 은퇴세대인 50대 이후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해야 맞습니다. 택시기사 고령화를 이유로 몰아 세우기 보다는 은퇴세대 노후생활 안정을 목표로한 취업 유도가 옳은 방향이죠. 제가 부산, 대전시의 택시기사 처우개선비 지원정책이 바람직하다고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셋째, 서울시의 무성의가 아쉽습니다.
이 것도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택시회사 자체적으로 실시하도록 유도 내지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르죠, 나중에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별도로 지원해줄지는. 그러나 이와 관련한 예산은 서울시에서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1년 예산이 40조에 달하는 서울시가 언제부터 그렇게 짠돌이가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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