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로연수 기간 중의 택시경력

 

 

 

 

 

공무원 퇴직 후 원활한 사회적응 준비를 위해 공로연수제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제도의 의미와 문제점에 대해 블로그에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http://blog.daum.net/hanil5/?t__nil_login=myblog

 

 

저는 공무원 정년퇴직 수년전 부터 퇴직 후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을 꾸준히 했고, 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돈, 가족, 건강, 적성 등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죠.

 

그러다가 정년퇴직 1달전, 말하자면 6개월의 공로연수 기간 마지막 달에 서울의 택시회사에 들어 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법인택시 3년을 무사고로 마치고 개인택시를 살 수 있는 자격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공로연수 기간 중의 1달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공로연수 기간 중의 회사택시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더 확실히 하기 위해 3년 경력 완성 몇개월 전쯤에 인가권자인 관할 구청에 질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구청에서 시청을 거쳐 국토교통부까지 올라간 질의문에 대해 무려 20일이 지나서야 회신이 왔는데........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 국토교통부의 회신내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회신내용 : 개인택시 면허제도는 안전운행 및 교통질서 준수를 권장하기 위해 장기간 사고없이 모범적으로 종사한 운전자에게 그간의 성실근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독립하여 사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이들에 의해 보다 나은 택시서비스가 제공되어 이용국민의 안전 및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 제도의 취지이다.

 

☞ 회신문 서두에 나온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3년간의 법인택시 경력을 쌓고 개인택시 면허를 돈을 주고 사기 위해 공로연수 기간중의 회사택시경력 유효여부를 질의한 것인데, 신규면허를 받기위해 경력을 인정해달라는 질문으로 오해한 것 같습니다. 참 거시기합니다.

 

 

 

※ 회신내용 : 공로연수 기간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지방공무원법 제56조(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지방공무원복무규정 제10조(영리업무의 금지) 및 제11조(겸직허가)에 따라 영리업무 및 겸직허가 규정이 적용받는다.

 

☞ 공로연수 중인 공무원에게 위의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당연히 그 적용범위엔 한계가 있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영리업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무조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전념ㆍ능률의 저해, 공무에 대한 부당한 영향,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의 취득 또는 정부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계속적으로 영리행위를 할 경우가 해당됩니다.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이사ㆍ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ㆍ지배인ㆍ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 

－공무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대한 투자 

－그 밖에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인택시 1달 한 것이 지속적으로 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한 것일까요?

 

관련 규정을 보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 회신내용 : 해당 제도 및 법규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관할 관청에서 판단하여야할 사항임

 

☞ 피식 웃음밖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앞뒤 안맞는 논리로 안된다고 해놓고 관할 관청에서 알아서 해라? 지극히 공무원스런 답변태도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안된다고 하는데 구청에서 어떻게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저도 34년의 공무원 재직기간 중에 수 없이 많은 민원을 처리하고 답변서를 작성했었습니다만, 제가 볼 때 이번 답변은 너무 불성실했고,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법인택시 1달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하는 분도 물론 있겠지만 단순히 1달 경력이 문제가 아니라 공로연수제도 기간 중의 사회체험 경력이 아직 정립되지 않고 있는 무관심의 영역이라 저로서는 그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알고싶은 맘이 있었습니다.

 

개인택시 면허를 신규로 받기위한 경력 인정용이 아니라, 회사택시를 3년 운전한 객관적 사실을 확인받아 면허를 돈주고 사기 위한 목적으로 공무원 공로연수의 취지를 살려 다들 어렵다고 하는 회사택시에 직접 뛰어들어 사회적 체험을 한 것인데 영리업무 금지, 겸직금지 어쩌고 저쩌고.

 

우선, 공무원 공로연수제에 대해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고,

심지어 택시업무에 대해서도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무엇보다도 성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면 공로연수 기간 중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놀란 말인가.

 

가령, 연수기간 중에 아파트관리사 자격증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들어갔다고 하면 나중에 관리사무소를 옮겼을 때 그 경력은 쳐주지 않을 것인가. 다 인정해주고 있잖은가.

 

저는 원래 연수기간 6개월 중에 딱 3개월을 쉬고 나머지 3개월은 택시회사에 근무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1달만 근무하게 되었는데, 만약 3달 근무하고 경력인정 받지 못했으면 더 억울할 뻔 했습니다.   

 

사실 재직 중에도 공로연수기간 중에 법인택시를 운행하면 나중에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많이 알아 보았지만 명확한 규정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만약을 몰라 질의 한 것인데 급 실망을 주네요.

 

하루 속히 공무원 공로연수중의 사회경력 문제가 확실히 정립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선배 공무원으로서 안타까운 사실은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내려감으로서 현장과 더욱 괴리되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명색이 국토교통부 담당공무원이라면 현장과 밀접해야 할텐데 완전히 외딴 섬에 고립된 채 법전과 규정집에 나오는 글자 하나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