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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혼자 웃는 이유 (獨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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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혼자 웃는 이유 (獨笑)'

희망연속 2018. 2. 14. 12:28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승강장 창문에 게시된 시를 찾아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긴다.

얼마 전부터는 현대 유명시인의 작품과 함께 시민 공모작품도 게시하고 있고

시조, 한시 등도 게시되어 잠시동안이나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서 본 다산 정약용의 한시.


          ‘혼자 웃는 이유 (獨笑)’


곡식이 넉넉한 집엔 먹을 사람이 없는데
자식 많은 집에서는 주릴까를 걱정 하네

영달한 사람은 어리석기만 한데
재주 있는 사람은 기회조차 얻지 못 하네

복을 다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 펴지지 못하네

아비가 아낀다 해도 자식이 늘 탕진하고
처가 지혜로운가 싶으면 남편이 꼭 어리석네

달이 차도 구름이 가리기 일쑤고
꽃이 피어도 바람이 떨구네

세상만사 이렇지 않은 게 없어
혼자 웃는 그 뜻을 아는 이 없네.


유속무인식  有粟無人食

다남필환기  多男必患飢


달관필창우  達官必憃愚

재자무소시  才者無所施 

 

가실소완복  家室少完福

지도상릉지  至道常陵遲


옹색자매탕  翁嗇子每蕩

부혜랑필치  婦慧郞必癡


월만빈치운  月滿頻値雲

화개풍오지  花開風誤之


물물진여차  物物盡如此

독소무인지  獨笑無人知

 





다산 정약용의 독소(獨笑)는 인생을 관조의 세계에서 바라보며 읊은 시다.

다산(茶山)이 전라도 강진에 유배된 초반에 지었다고 한다.

사회는 참으로 부조리하다.

무능한 이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유능한 이는 능력을 발휘할 자리가 없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누릴 자식이 없는 반면에 자식 많은 이는 배고파 걱정이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복을 한꺼번에 다 주지는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참으로 행복하고,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막상 안을 들여다 보면 무언가 고민을 지니고 있거나, 불행한 사람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그만하면 됐다 싶은 삶의 궤도에 오르니 그때부터는 내리막길이다.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닐까. 

그렇다고 뭐든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거나 너무 기대를 하지 말라거나가 아니라,

좀 더 유연하고 편안하게 인생을 들여다보라는 말이리라.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작은 행복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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