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로서 겪은 황당 시리즈

택시기사로 일한지 2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수없는 애환을 겪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스토리만 몇건 모아보자.

 

황당 시리즈라고 할까.

 

 

Situation 1) 손님의 지인이 기사에게 택시비라며 준 돈을 손님이 달라고 하면?

 

북아현동에서 OO동까지 가는 손님. 출발지에서 손님의 인척인지 친구인지 하는 사람이 택시비라며 2만원을 내게 주었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택시손님이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 내려주고 그 돈을 자기에게 달라는게 아닌가.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말하자면 기본료 3,000원 제하고 17,000원을 돌려줬다. 진짜 이런 일이.

 

OO동까지는 대략 15,000원 정도 나오니 5,000원 팁 생겼다고 좋아했던 짧은 순간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하지만 이럴 땐 돌려주는게 맞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하니. 참 나.

 

 

 

 

 

 

 

Situation 2) 여자 손님에게 택시비 먹튀를 당하다

 

남부터미널앞 국제전자상가 골목에서 20대 중후반 여성이 승차했다.

 

제법 차려입은 모양새. 논현동까지 가는데 가는 내내 누군가하고 전화통화.

 

무슨 영화관계 일하는듯. 영화 다운 받아놔라 어째라 떠들썩하게 통화하면서 골목골목 우회전 좌회전하더니 논현동인지 학동인지 어느 주택가에서 내렸다.

 

그러더니 지갑을 안가져왔으니 즉시 들어가서 가져오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던게 실수.

 

20대 여성이라 훅했나.

 

어디로 들어갔는지 보지도 않고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10분, 20분, 30분, 그제서야 앗차했다. 여자라고 방심했던 나의 미스테이크. 택시비 6,700원. 백주대낮에 20대 여자에게 당하다니.

 

나중에 생각하니 그 여자가 앞에서 손흔들며 택시세웠던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을텐데 그걸 미처 생각 못했다.  

 

여자 면상(세숫대야)과 품성은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게 진리. 블랙박스 화면떠서 인터넷에 올렸어야.

 

 

 

Situation 3) 여자손님 납치범으로 오인(?)받은 듯

 

새벽5시 카콜로 홍대입구에서 광명시 가는 손님이 탔다. 타자마자 전화통화다. 근데 좀 이상했다.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듣지 못할 목소리, 이해못할 통화내용, 나는 서부간선로로 직진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운전에 집중했다.

 

광명대교를 거쳐 광명사거리에서 내비게이션 대로 좌회전을 막 하는 순간 여자손님이 꽥 소리를 지르며 왜 직진하지 않고 이쪽으로 가느냐는 것이다.

 

내비대로 가는 것이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내리겠다며 카드를 콱 찍고는 무조건 하차하는게 아닌가.

 

그럴려면 미리 직진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던지, 좌측 깜박이 켜고 한참을 대기하는 동안은 무얼 하고 있다가.

 

나중에 생각하니 그녀의 오버액션은 나를 납치범으로 오인한 것 같은 인상이었다. 전화통화는 물론 가짜고.

 

다른 기사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여성들이 흔하다고. 세상이 너무 한건지 그 여성이 너무한건지. 

 

 

Situation 4) 손님에게 먹을거리 건네는건 큰 실수

 

작년 가을쯤인가. 명지대앞에서 서부역가는 여자손님.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중인데 세미나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성격이 밝으면서 사려깊은 성격이 하는 말에서 금방 드러나더라. 

 

서부역에 내리면서 세미나에서 받은 고급 초코렛 세트를 먹으라고 건네준다. 어찌 고맙던지.

 

근데 다른 젊은 여자손님이 바로 탔다. 그 여성 앞에서 말했으니까 당연히 들었겠지.

 

나는 정말 혼자 먹기 민망해서 인사치레로 여자손님 드시라며 초코렛을 건넸더니 갑자기 난데없는 앙칼진 목소리로 "어디서 이런걸 먹으라고 해요?"하는게 아닌가. 

 

황당했다. 그 여자선생님이 초코렛 주면서 하는 이야기 못들었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거절할 때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법, 초코렛에 독약이나 미혼약을 탄게 아니냐는 소린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