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기억에 남는 택시손님 본문
택시손님 면면을 보면 정말 각양각색, 천태만상이랄까,
택시기사 생활 1년 6개월, 오래한건 아니지만 하루 평균 23명의 손님을 태우면서, 손님으로 부터 칭찬도 듣고, 불평도 듣고, 이런 저런 소리도 많이 들었다.
혹 모르지, 대놓고는 어려우니 택시에서 내리고 쌍욕하는 손님도 있을 수 있겠지.
오늘은 기억에 남는 손님을 떠올려 보자.
우선 good image를 먼저
ㅇ 이문동, 추석 이른 새벽, "명절에도 일하느라 얼마나 피곤하냐, 따끈한 커피 뽑아 마시라"며 1천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어 주시던 할머니
ㅇ 화곡동, 좁은 골목과 언덕을 올라 올라 도착한 산등성이쯤, 무거운 장바구니를 내리고 "택시 3대를 그냥 보내고 30분만에 잡았는데 너무 너무 고맙다"며 2천원을 더주신 아주머니,
ㅇ 상수동, 원룸 이삿짐 길가에 놓고 어쩔줄 몰라하던 20대 여성을 도와 택시 가득 이삿짐 싣고 날라주던 일 등등
여러가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남는 손님을 떠올려 본다면,
ㅇ 몇달전, 오전 10시경, 과천에서 승차한 40대 후반정도의 손님,
"충무로역요, 제가 피곤해서 눈을 붙일테니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남태령, 동작대교, 3호터널을 지나 회현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충무로역으로 가야하는데 난 웬일인지 좌회전해서 서울역, 염천교를 지나 충정로역으로 가고 말았다.
"손님, 충정로역 다왔습니다." 경쾌한 목소리로 손님을 깨웠더니 "여기 충무로역이 아닌데요"
앗차, 마이 미스테이크,, 충무로역을 충정로역으로 잘 못 알아듣다니.
급히 핸들을 꺾어 충무로역으로 향하는 도중, 걸려오는 전화, 늦어서 죄송, 금방 도착하는데 늦으면 회의를 시작하세요, 어쩌고 저쩌고, 난 등골에서 식은 땀이 쫙, 정말 죄송합니다. 위원회 회의가 있어요, 괜찮습니다. 조금 늦는다고 지네들이 어쩌겠어요, 회의수당 안주면 안받으면 되죠.
그날따라 길이 더 막혀 20~30분 늦었을까, 내 잘못이니 요금은 극구 사양했음에도 그 손님은 무슨 소리냐며 극구 주겠다고 우기더라, 결국 요금을 받았지만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다.
여유가 있었고 이해심도 많아 보이는, 참 인상깊은 손님이었다.
'서울 택시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진적 교통문화...............원인은? (0) | 2017.01.08 |
---|---|
내비게이션의 장단점 (0) | 2016.12.22 |
택시요금 먹튀하는 쪼잔한 인생들 (0) | 2016.11.28 |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 (0) | 2016.11.03 |
10월 한날에 집중된 행사를 분산할 수는 없을까 (0) | 2016.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