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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기억에 남는 택시손님

희망연속 2016. 12. 5. 21:32

택시손님 면면을 보면 정말 각양각색, 천태만상이랄까, 


택시기사 생활 1년 6개월, 오래한건 아니지만 하루 평균 23명의 손님을 태우면서, 손님으로 부터 칭찬도 듣고, 불평도 듣고, 이런 저런 소리도 많이 들었다.


혹 모르지, 대놓고는 어려우니 택시에서 내리고 쌍욕하는 손님도 있을 수 있겠지.   


오늘은 기억에 남는 손님을 떠올려 보자. 


우선 good image를 먼저


ㅇ 이문동, 추석 이른 새벽, "명절에도 일하느라 얼마나 피곤하냐, 따끈한 커피 뽑아 마시라"며 1천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어 주시던 할머니

ㅇ 화곡동, 좁은 골목과 언덕을 올라 올라 도착한 산등성이쯤, 무거운 장바구니를 내리고  "택시 3대를 그냥 보내고 30분만에 잡았는데 너무 너무 고맙다"며 2천원을 더주신 아주머니,

ㅇ 상수동, 원룸 이삿짐 길가에 놓고 어쩔줄 몰라하던 20대 여성을 도와 택시 가득 이삿짐 싣고 날라주던 일 등등






여러가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남는 손님을 떠올려 본다면,


ㅇ 몇달전, 오전 10시경, 과천에서 승차한 40대 후반정도의 손님, 


"충무로역요, 제가 피곤해서 눈을 붙일테니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남태령, 동작대교, 3호터널을 지나 회현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충무로역으로 가야하는데 난 웬일인지 좌회전해서 서울역, 염천교를 지나 충정로역으로 가고 말았다.

"손님, 충정로역 다왔습니다."  경쾌한 목소리로 손님을 깨웠더니 "여기 충무로역이 아닌데요"


앗차, 마이 미스테이크,, 충무로역을 충정로역으로 잘 못 알아듣다니.

급히 핸들을 꺾어 충무로역으로 향하는 도중, 걸려오는 전화, 늦어서 죄송, 금방 도착하는데 늦으면 회의를 시작하세요, 어쩌고 저쩌고, 난 등골에서 식은 땀이 쫙, 정말 죄송합니다. 위원회 회의가 있어요, 괜찮습니다. 조금 늦는다고 지네들이 어쩌겠어요, 회의수당 안주면 안받으면 되죠.


그날따라 길이 더 막혀 20~30분 늦었을까, 내 잘못이니 요금은 극구 사양했음에도 그 손님은 무슨 소리냐며 극구 주겠다고 우기더라, 결국 요금을 받았지만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다.


여유가 있었고 이해심도 많아 보이는, 참 인상깊은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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