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와 봉사활동 본문
얼마 전, 직장시절 많은 도움을 준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거기서 만난 옛 직장의 최고 상사는 나에게 머하며 지내느냐고 물었고, 난 그냥 의례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택시한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머, 그냥....
그러자 그 분은 내게 자원봉사를 생각해 보라고 충고아닌 충고를 했다.
노인복지관 같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며........
내가 무위도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불쌍해 보여서 그랬는지, 그것도 아니면 노인들을 위한 봉사가 필요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복지관 같은데서 노인들을 위한 봉사라면 배식, 청소, 재능기부, 강의 등이 있을테고, 그 것들은 봉사활동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류의 행위만이 봉사활동은 아닐 터.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얼마든지 참다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택시업을 하고 있으니 그 틀 안에서 봉사를 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겠지.
택시손님 비율을 보면 거의 70% 정도가 20, 30대다. 소비성향이 높은 탓이다.
노인들은 택시타는데 시간이 걸리고, 돈없어서 요금 깎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 몸이 불편하니 골목길, 언덕배기, 지하주차장 등을 끝까지 가자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일부 택시기사는 길거리에서 노인들이 손을 들어도 고의로 못본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정작 택시를 필요로 하는 것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일텐데.
하지만 난 승차거부를 절대 하지않겠다고 맹세했던 초심을 아직 깨지 않고 있다.
30분 이상을 기다렸는데 택시 몇대가 그냥 가버렸다고 투덜대는 할머니,
산꼭대기까지 모셔다 드렸는데도 돈이 부족하다며 요금을 덜 주는 할아버지,
기본료가 3천원인데 2천원어치만 가고 내려 달라는 어르신,
시장에서 용달에 실어야만 할 정도로 많은 짐을 싣고도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가자고 하는 할머니,
큰 가방 몇개씩을 들고 바로 근처에 있는 숙소 찾아달라는 외국인 관광객 등등,
군말 한마디 없이 다 태워드렸다.
물론 앞으로도 그리 할 계획이다.
바로 이 것이 택시드라이버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봉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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