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기사의 눈에 비친 서울 본문
서울택시기사 6개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기간.
전에는 몰랐으나 택시하면서 알게된 서울의 모습엔 어떤게 있을까.
먼저, 서울은 정말 크고 아름다운 도시다.
서울인구 1천만, 인구 수로 따지면 세계 Top이다.
물론 도쿄나 베이징 등 대도시가 더 많다는 말도 있지만 주변 광역행정구역을 포함해서 그렇고 순수 단일행정구역을 따지면 서울이 1위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 20%, 수도권까지 합하면 50%가 서울을 중심으로 복작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하지만 새벽 일찍이, 확 트인 한강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달려보라.
너무 멋진 광경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강, 남산순환도로, 양재천 제방길, 성북동길, 삼청동, 북악스카이웨이, 서울숲, 올림픽공원 등지를 지나다 보면 서울이 참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둘째, 서울의 활기찬 모습이 놀랍다.
잠돌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아침잠이 많은 내가 택시를 하면서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출근을 하다보면 새벽 첫 버스를 만난다.
그런데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나이든 어르신부터 젊은 학생들 까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꼭두새벽부터 일하러 다니는지 예전엔 정말 몰랐다.
다이나믹 서울을 만들어가는 그들 모습이 경외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열심히 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서울살이요, 인생이겠지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쓰려온다.
나아가 그런 사람들 거의 전부가 허름한 옷차림을 한 전형적인 서민들 모습이라는게 더 아프다.
셋째, 서울의 교통은 거의 숨막힐 지경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명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서울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세계 주요 도시보다 2~4배 많은 수준이다.
서울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안하고 피곤한 일이다. 한국인들 운전대 앞에서 성질 사나운거 알아줘야 하잖은가.
하지만 어떡하랴. 그냥 적응해야지, 앞으로 나아지기를 기대해야지.
넷째, 한국인들 성미는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급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 급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택시하면서 너무 실감하고 있다.
손님의 다섯명 중 한두사람은 타고나서 급하니까 빨리 가달라고 말한다.
알다시피 서울에서 차로 빨리 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신호위반, 과속, 불법 끼어들기 등 규정을 어겨 가면서라도 빨리 차를 몰아 달라는 소리다.
그러다가 걸리면? 벌금, 과태료를 대신 내줄 것도 아니잖은가.
회사택시 기사만큼 바쁜사람이 서울에 또 있을까.
제발 조급하게 살지말자. 기껏해야 2~3분 빨리가는 길을 재촉하면 어쩌란 말인가.
다섯째, 서울 유흥가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줄 정녕 몰랐다.
새벽에 차를 몰고 주로 홍대입구쪽으로 나간다.
그러면 홍대앞 노래방이나 술집, 커피집, 음식점에서 밤을 세운 대개 20대 젊은 남녀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다.
특히 금요일, 토요일 밤은 젊은이들 세상이다. 젊음의 분출구, 해방구다. 택시기사에겐 소중한 고객이기도 하고.
하지만 전에는 진정 몰랐다. 새벽까지 노래부르고 춤추고 술마시고 택시타는 젊은 청춘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꽃미남 미녀들을 보고 싶은가.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강남구 논현동, 신사동, 홍대앞, 건대입구, 이태원 등지를 가보시라.
여섯째, 세대간의 격차, 소외계층이 택시업에도 존재하더라.
나이많은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계층이나 사람에 비해 주변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한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내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도 잘 쓰지를 못하다보니 택시기사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길가에 노인들이 보이면 모른체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진짜 택시를 필요로 하는건 그들인데도 정작 현장에서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기사도 마찬가지.
요즘엔 카카오택시나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잘 다뤄야 택시기사 생활이 조금은 편하다.
그렇지만 나이든 기사들은 정보기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은근히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서울 택시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많이 헷갈리는 서울의 지명 (0) | 2015.12.30 |
---|---|
택시기사와 봉사활동 (0) | 2015.12.24 |
직진 우회전 동시차로에서 경적 울려대는 운전자들 (0) | 2015.12.02 |
교통법규위반 스티커 1장은 하루일당 (0) | 2015.10.21 |
서울 택시기사가 되는 길 (0) | 2015.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