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고생대의 신비 '구문소' 본문
낙동강의 최초 발원지라는 황지연못에서 20㎞ 정도를 흘러온 물은 태백의 높은 계곡을 만나 연화산 끝자락 검은빛의 기암괴석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물길을 만들었다.
도강산맥(渡江山脈)
‘강물이 산을 넘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구문소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1억 5,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사람의 힘으로 계산하기도 힘든 오랜 시간을 강물의 힘으로 석회암 암벽을 깎아 내린 자연현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청룡과 백룡이 힘을 겨루다 백룡이 산에 구멍을 내어 승리하였다는 전설의 이야기가 더욱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강원도 태백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그래서 여름철 기온이 가장 낮고, 그래서 여름철에 전지훈련하는 운동선수나 피서객들이 많이 몰린다는 곳.
이런 태백시에서 가장 유서깊다는 곳이 바로 '구문소'다.
난 처음에 구문소의 뜻이 무엇인지 아리송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황지는 삼척부 서쪽 110리에 있다. 그 물이 남쪽으로 30여 리를 흘러 작은 산을 뚫고 남쪽으로 나가는데 천천(穿川)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천천(穿川)은 구무소('뚜루내'의 한자식 표기)를 말한다.
즉, 황지천이 작은 산을 뚫고 지나가며 돌문(石門)을 만들고 깊은 소(沼)를 이룬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한자화해서 구문소(求門沼)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구문이란 구멍 또는 굴의 옛말. 따라서 구문소란 ‘굴이 있는 연못’ 정도의 뜻이다.
구문소 바로 위에 있는 도로.
일제때 뚫렸다는 이 동굴을 통과하는 도로에서 잠시 내려 구문소의 경관만을 바라본다면 신기하게 생긴 바위 구멍만을 볼 수 있을 뿐, 별다른 감흥은 없다.
구문소 바로 뒷편에 있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약 4㎞의 자연탐방로를 걸어보자.
5억 년 전 고생대 화석의 흔적과 물결의 모습을 담는 퇴적지형을 관찰하는 살아 있는 지구과학 교실이다. 마당소, 삼형제폭포, 닭벼슬바위 등 절경은 구문팔경에 들어간다.
구문소의 정경도 이채롭지만, 구문소 위쪽의 폭포들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우르렁거리며 쏟아지는 경관은 황홀할 정도. 협곡을 지나며 거세진 물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구문소의 바위구멍쪽으로 흘러내린다. 거센 물길에 닦여진 육중한 바위들은 마치 조각가가 일부러 깎아낸 듯 조형미를 자랑한다.
또 구문소위의 산정상쯤에 있는 정자에 오르면 마당소와 자개문, 용소, 삼형제 폭포 등 구문팔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중 구문소 위쪽의 삼형제 폭포는 시원한 전경을 선사한다.
구문소 높이는 20∼30m, 넓이 30㎡ 정도 되는 커다란 석회동굴로 석문 위에 자개루가 있고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예로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지나치다 보면 국도변 아래에 위치한 평범한 작은 냇물과 연못으로 보일 수 있는 구문소는 그 유래를 알고 봐야 더욱 깊이가 있는 명소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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