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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세상

서울 '관광택시' 선발 시험 인기

희망연속 2015. 2. 13. 14:31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외국인 관광 택시기사 선발 시험에서 응시자가 외국어 구술시험을 보고 있다. 면접관의 질문에 영어나 일어, 중국어로 대답해야 한다. /이태경 기자




영어·일어·중국어 중 선택

공항서 외국인 먼저 태울수 있고 20% 할증된 요금 받아 선호

10명 응시하면 4명은 불합격


"I really hope to get license and become a taxi driver who can introduce Seoul to foreigners.(저는 자격증을 취득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택시 기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빌딩 세미나실에서 50대 법인택시 운전기사 김모씨가 영어 문장을 써내려 갔다. A4용지 앞에서 30여분간 씨름한 그는 "택시 운전을 하며 영어 시험까지 치르는 게 쉽지는 않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이날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 선발 시험'에 응시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운행하는 택시 기사를 모집해왔다. 외국인이 편하게 택시를 타게 하고, 바가지요금 우려도 없애겠다는 목적에서다.

 

이 택시 기사 시험엔 법인·개인택시 기사 모두 응시할 수 있다. 영어·일어·중국어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하면 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만 '외국인 관광택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 옆에 'International TAXI'라 쓰여 있어 일반 택시와 구분된다.

시험은 기사 수급 상황에 맞춰 수시로 치러진다. 과목은 작문과 구술 두 가지다.

 

지난 4일 작문 시험에서는 '지원 동기를 포함한 자기소개서' '당신이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와 그 이유' 등 두 문제가 출제됐다. 구술시험에서는 면접관이 "외국인 손님이 빨리 달려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용산기지에서 인천공항까지 요금은 얼마인가" 등 질문을 던지자 응시자가 외국어로 답했다.

 

한 면접관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 기존 영어·일어 자격증 소지자가 중국어 시험을 추가로 보러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 제도는 도입 초기엔 인기를 끌지 못했다. 택시 기사 근무 여건상 따로 시간을 내 외국어를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택시 기사들 생각이 바뀌었다 한다. 외국인 관광택시를 몰면 일반 택시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외국인 관광택시는 공항에서부터 일반 택시와 다른 줄에서 대기한다. 외국인이 공항 택시 안내데스크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해당 언어를 쓰는 외국인 관광택시를 우선 배차한다.

 

이 경우 '정액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까운 데 가더라도 택시비로 최소 5만5000원을 보장받는다. 또 외국인이 탑승하면 서울 시내 어디를 가든 일반 택시 요금보다 20% 할증된 요금을 받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동안 이 택시를 지명해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기사는 하루 20만원 이상 벌 수 있다. 외국인 손님이 없을 경우 일반 손님을 태워도 된다. 이땐 일반 택시비를 받는다.

2009년 첫 시행 당시 자격증을 취득해 7년째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춘득(60)씨는 "공항에서 쉽게 배차받을 수 있고 장거리 손님도 많아 일반 택시보다 벌이가 좋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나를 부를 정도로 단골이 된 손님도 여럿"이라 했다.

현재 서울의 외국인 관광택시는 380여대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기존 자격자 중 그만두는 인원을 고려해 이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원자의 합격률은 60%에 미치지 못한다. 작년엔 신규 지원자 82명 중 48명만 합격했다. 올해 신규 지원자 89명 중에서도 60% 정도 합격할 것 같다고 시는 밝혔다.

외국인 관광택시 이용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첫해인 2009년엔 인천·김포공항 배차 건수가 4763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 3만8090건에 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평균 12.9%씩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택시 수요도 계속 늘 전망"이라 했다.


[조선일보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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