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속
택시운전하는 전수식 전 마산시부시장 본문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경남도 국장, 마산시 부시장을 역임한 전수식(58)씨의 요즘 일터는 차량들이 오가는 도로 위다.
행정고시 출신의 잘나가는 엘리트 공무원이던 그의 현재 직업은 법인택시 기사다.
그는 25년 공직경력을 발판으로 2010년 초대 통합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벌금 200만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이 판결 여파로 그는 2011년 12월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이던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직까지 그만둬야 했다.
이듬해 3월 그는 소리없이 '인생 2모작' 무대로 택시를 선택, 주변을 놀라게했다.
"판결때문에 이사장직을 물러나야 했으니 갑갑하기도 하고…, 정신적 괴로움을 잊으려 막노동을 할지, 택시를 몰지 고민하다 결국 운전대를 잡았죠"
그는 "택시운전을 하겠다고 하자 집사람은 '턱도 없다'며 반대했다."고 처음 택시 핸들을 잡을 당시를 회고했다.
택시회사도 일단 운전대를 맡기면서도 "저러다 곧 그만두겠지"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는 2012년 3월 31일 새벽 첫 손님을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24시간 꼬박 일하고 하루를 쉬는 형태로 택시를 몰며 창원시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내년 3월 31일이면 '택시기사 전수식'으로 만 3년을 꽉 채운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올해는 딸과 아들 결혼도 시켰다.
하루 24시간 400~450㎞의 창원시내 도로를 누비고 그가 손에 쥐는 돈은 24만원 남짓.
여기서 회사에 사납금 14만원을 맞춰주고 나면 10만원 가량이 남는다.
한달에 12일 정도를 일하니 120만원이 손에 떨어진다.
사납금을 다 넣었을때 나오는 월급 30~40만원을 더하면 한달에 150만~160만원을 번다.
노동량에 비해 적지만 매달 나오는 공무원 연금을 보태면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에게 택시는 생활비를 보태고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인생과 세상을 더 알기 위한 창(窓)이기도 하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느낀 소회를 틈틈이 블로그(http://blog.naver.com/ssjun001)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공직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2년 9개월동안 핸들을 잡으면서 장인어른 별세하신 날 딱 하루 결근했거든요. 한번 빼먹기 시작하면 계속 빼먹게 되니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죠"
그런 그에게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아는 사람이 택시에 탔을 때다.
"창원시에 터를 잡고 산 지가 40년이 넘었고 공직생활에다 시장선거까지 나갔으니 제법 얼굴이 알려져 있다고 봐야죠"
그를 알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측은하다는 반응, 다른 하나는 택시운전을 정치 재개를 위한 민생투어쯤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는 "두가지 반응 모두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내가 먼저 아는체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후배 공무원들이 탈 때도 난처해진다.
얼마전에는 창원역 앞에서 택시단속을 하던 창원시청 공무원이 운전석에 앉아있던 자신을 알아보고 단속을 해야 말지 당황해하더라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에게 택시기사는 '투잡(two job)' 중 하나다.
비번일 때 그의 직함은 국제이주무역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바뀐다.
경남도청 경제통상국장을 할때 알게된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현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와의 인연으로 2013년 3월 조합 설립 때부터 줄곧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귀국해 현지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외국인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역사업을 해보기로 하고 설립했다.
현재는 소사육 농장이나 퇴비농장 등에서 깔개용으로 쓰는 톱밥을 수입해 파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톱밥이 모자랄 때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수입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톱밥 수입 자체가 업체간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이지만 공급처를 제법 확보해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넘길듯하다고 했다.
물론 아직 이사장 보수는 없으니 봉사활동을 하는 셈이다.
이 협동조합 정관은 수익의 70%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명시, 그로선 공직을 떠났지만 나름대로 공적인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며 정치쪽 화제엔 애써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행정고시(24회) 동기면서 2010년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왔던 정두언 국회의원의 딸 결혼식에 참석한 것 외에는 정치인과 교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혁규 경남지사 시절 직원들의 신망을 잃지 않은 국장급 간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선출직에 대한 미련이 있을 법 하고, 피선거권이 회복되지 않은 점이 갑갑하기도 할 법도 하지만 그는 마음을 비운 듯 보였다.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는 한 피선거권이 회복되려면 아직 1년 6개월이란 세월이 남았다.
그는 "해보겠다고 아웅다웅 한다고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그거(선출직) 못해서 죽는 것도아니고 편하게 살려고 합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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